미얀마 민주주의 상징 수치여사
소수민족 탄압으로 국제적 비난
군부세력 강한데 민주토대 허약
복잡한 민족 문제까지 얽혀 있어 
변절자 비난 보다 더 지켜보아야

아웅산 수치. 가녀린 몸으로 수십년 간 군부독재의 탄압에 맞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이끈 상징이다.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그녀는 2015년 11월 총선에서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한 뒤 출범한 민간정부를 2016년부터 이끌고 있다. 그녀의 현 직책은 국가자문역이자 외교장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얀마 정부를 이끄는 수장이다. 

‘세계평화의 꽃’이라며 그녀에 대해 쏟아내던 세계인들의 찬사는 집권 2년여 만에 독한 비난으로 변했다.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반인권행위를 묵인 방조했다는 이유다. 지난해 8월 로힝야족 중 일부 극단주의 세력이 관공서를 습격하자, 미얀마 군부는 범죄자를 색출한다는 이유로 리카인주 로힝야 정착지에 대한 대대적 수색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학살, 성폭행, 방화 등이 자행되어 로힝야족 1000여명 이상이 숨지고, 70만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신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녀에게 호의적이었던 서방언론들조차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노벨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치 여사가 저항운동의 리더에서 국가지도자로 변신했을 때 오늘의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저항하였던 과거의 삶과 달리 안팎으로 산적한 국가적 문제해결의 책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2년여 전 민정으로 이양했지만, 군사부문은 물론이거니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다. 1990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도 군부에 의해 정권이 전복되는 등 몇 차례 뒤집힌 경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치 여사가 군부와 맞설 역량은 단기간에 형성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언제든 다시 가택연금 될 수 있고, 미얀마는 군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또 하나는 복잡하게 얽힌 민족문제다. 미얀마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7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긴 내전을 겪은 나라다. 이 기간 동안 소수 민족 무장세력과 정부군의 싸움으로 25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무슬림을 믿는 소수민족 로힝야족은 다수인 버마족과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 내에는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계 불법 이민자를 의미하는 ‘벵갈리’로 부를 정도로 반이슬람 정서가 폭넓게 형성되었다.

소수민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수치는 집권 첫해부터 100개가 넘는 소수민족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미얀마 평화회의’를 열고 있다. 2016년 첫 회의 때 10개 반군 단체들이 모여 전국휴전협정(NCA)에 서명했고, 평화와 인권, 복지 증진 등 50여개 사항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올해 세 번째 회의까지 이어졌지만 정치적으로 연방제에 대한 의견차이, 안보문제에는 소수민족연합군을 구성하겠다는 소수민족 대표들의 입장과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미얀마 군부의 의견차이가 커서 합의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 와중에 최근 소수민족 샨족의 무장군과 정부군 간에 충돌이 발생해 평화의 여정이 아직 멀었음을 보여준다. 

로힝야족 문제는 이렇듯 군부의 막강한 영향력, 소수민족과의 오랜 갈등 등을 종합적으로 보아야 하며, 그래야 문제해결의 길도 열리게 된다.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수치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미얀마의 구조적 현실을 보지 않고, 수치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어 모욕하는 것은 객관적이지도 않고 로힝야족 문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자 오랫동안 말을 아끼던 그녀가 얼마 전 입을 열었다. “우리는 모든 인권 침해와 불법 폭력을 규탄한다. 우리는 국가 전체의 평화, 안정, 법치 복구에 헌신할 것이다.”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이 말에서 나는 그녀를 변절자로 몰아세우기는 아직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좀 더 지켜본 뒤 비판해도 늦지 않다. 70년 공업이 어찌 2년 만에 말끔히 해소될 수 있겠는가. 

[불교신문3417호/2018년8월22일자] 

정웅기 논설위원·생명평화대학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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