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천양희 시 ‘밥’에서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시들해져서 싫증이 날 때가 또 있다. 슬픔과 눈물의 골짜기에 마음이 옹색하게 살 때도 물론 있다. 

곤란하고 어려운 일을 당한 마음을 보살필 일이다. 엉망진창이 되어서 갈피를 잡기 어렵게 된 마음을 보살필 일이다. 밥을 먹고 나면 다시 살 힘이 생기듯이 그 마음에게 밥을 먹일 일이다. 그 마음을 뜨거운 밥으로 삼을 일이다. 

낙담한 마음의 밑바닥으로부터 다시 일어설 일이다. 시인이 시 ‘길을 찾아서’에서 “살자고 결심하면/ 언제 죽음인들 무섭더냐/ 떠나자고 결심하면/ 언제 동편이고 서편이고 그 끝 멀다더냐/ 이제는 서늘하게/ 폭풍 한 자락으로 휘휘 일어나/ 그 위에 내 두꺼운 어둠도 넘어뜨려/ 길 속에 길 있다면/ 사시사철 길에게만 물어보리라”라고 노래했듯이.

[불교신문3416호/2018년8월18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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