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작품 빚는 일에 몰입 
흠뻑 젖은 땀도 더위도 잊어

덥다고 에어컨 의지하다 보면
지구는 갈수록 덥고 힘들어져
폭염 잊는 나만의 방법 찾기를 

올 여름은 하늘과 땅이 제 감각을 잃은 듯 하다. 사람 체온보다 높은 기록을 기상청은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날씨가 더우면 하늘도 펄펄 끓는 듯 보인다 해서 폭염을 염천(炎天)이라 한다. 염천, 삼복 그 단어만 들어도 몹시 무덥다며 이를 피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떠나지만 더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이 다양하겠지만 나는 소소한 일상의 일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작업실에서 흙을 만지며 숨과 숨 사이로 삶을 만들어 간다. 여름은 일 년 중 작업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학기 중에는 수강생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 주고 겨울에는 흙 자체가 주는 차가움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마음 놓고 흙을 만질 수 있는 여름 두 달은 속까지 흠뻑 젖는 땀이 흘러내려도 불쾌하지도, 짜증나지도 않는다. 몰입 그 자체가 마음을 충전 시켜준다. 흙의 소재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 어떤 흙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지를 먼저 선택 한다. 결정을 하면 용도에 맞는 기물을 만든다. 기물을 완성했다고 방치하면 수분 조절이 안돼 금이 가고 깨진다. 열고 닫고 마르는 과정을 놓쳐서는 안된다. 만들어 놓은 기물이 100% 다 마른 후 800°에 구워내는 과정을 초벌이라 한다. 초벌이 완성 되면 어떤 옷을 입힐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기물을 멋지게 만들고 초벌이 잘 되었다하더라도 유약을 잘못 시유(施釉)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흙과 유약의 관계를 잘 조화해야 하는 것이다. 유약을 입힌 기물을 2차로 구어 내는 과정을 재벌이라고 한다, 이때 온도는 1250°이다. 흙+유약+불온도(가마)가 잘 맞아야 예술적 측면, 심미적 측면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다. 특히 가마에 불을 지피는 과정은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다. 불의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변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의 다양한 경험을 작업으로 녹여내는 것이 작가의 몫이다. 많은 것을 경험 하고 보고 듣고 그 과정에서 이뤄 낸 미적 느낌, 실용성을 아울러 담아낼 때 그 이름을 작품이라 한다. 어느 작업이던 쉬운 것이 어디 있겠나마는 흙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대량 생산되는 상업용은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사고 파는 과정에 흥정도 있을 수 있지만 작가의 혼신을 기울여 내놓은 단 한 점밖에 없는 작품에는 값을 매길 수도 없다. 그리고 흥정 않는 것이 작가에 대한 최소한 예의다. 작품 값은 작가의 마음이고 구매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세원사에는 에어컨이 없다. 법당에 작은 선풍기 두어 대가 있을 뿐이다. 기도를 마치고 나온 한 신도님이 내게 말했다. “스님, 에어컨이 없으면 신도들 기도하러 안 옵니다. 제가 시주 할 테니 에어컨 설치 허락해주세요.” 늘 에어컨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법당이 몹시 덥고 기도 하는데 땀이 흘러 짜증이 나겠지만 그렇다해도 에어컨 설치를 쉽게 허락할 일은 아니다. 세계가 기후 변화에 지고 있다. 이 지구 온난화 현상에 나까지 에어컨을 선택한다면 내년 또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더운 폭염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앞선다. 이 여름, 흙이 안겨주는 성취감과 몰입감이 있기에 남들이 숨이 턱턱 막힌다는 폭염조차 잊고 있다.  

[불교신문3416호/2018년8월18일자] 

정운스님 논설위원·보령 세원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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