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내가 겪는 더위를 피하거나 가라앉힐 수는 있어도 닥치는 더위를 없앨 수는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올여름은 무척 더웠어요. 지난겨울은 몹시 추웠고요. 사성제에서는 괴로움을 풀 길이 있다고 하잖아요. 근데 이렇게 기후가 바뀌어 가는 걸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나요?

숲이 많은 마을로 이사 가든지
나무 방생을 도심에서 실천해 
숲을 늘리면 더위가 줄어들지

좋은 말이야. 세상살이가 불편하고 불안하거나 참답지 못할 때 그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바꿔.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는 것들을 바로 잡으려고 애를 쓰신 부처님이나 예수님 같은 분들이 본보기야. 

네 말마따나 올해 8월1일 서울 최고기온이 기상관측 111년 만에 최고였어. 무척 더웠잖아. 이게 폭염에서 오는 ‘고(苦)’야. 그날 서울 시내는 곳에 따라 온도차가 5.7도까지 벌어졌대. 서초동 41.1도, 잠실동 40.8도, 삼성동 40도로 도심에서 가까운 곳들은 40도를 웃돌았는데, 산과 가까운 신림동 38.6도, 화곡동 38.1도였어. 북악산 기슭 평창동은 36.1도였으며 도심이지만 남산 기슭인 예장동은 38.5도밖에 올라가기 않았다는구나. 

도심이 이토록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거운 까닭은 ‘빌딩’ 탓이래.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도심 기온은 남산보다 7도 이상 높고, 북한산·관악산 둘레와는 10도 넘게 차이가 났어. 폭염 초과사망 위험도가 용산구·마포구·서대문구에서 높았대. 초과사망은 죽는 사람이 보통 때보다 늘어나는 것을 가리켜. 근데 도봉구와 강북구처럼 숲이 가까운 곳에서는 초과사망 위험이 거의 없었어. 이게 폭염으로 오는 ‘고’가 어디서 오는지 살피는 ‘집’이야.

국립환경과학원이 경기도 수원시를 분석한 연구 결과도 비슷했어. 수원에서는 공원이나 녹지와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 여름 길이가 두 달 가까이 차이 났다는 거야. 도로나 상업지구가 많은 곳은 여름이 길어. 평균기온, 열대야를 겪은 날이 모두 높다고 해. 숲이나 공원이 많은 곳은 봄과 가을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고 해. 이것이 ‘멸’, 숲을 늘리면 더위가 줄어들 수 있구나 하고 아는 것이지. 

이렇게 봤을 때 우리가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야. 하나는 숲이 많은 마을로 이사 가지. 또 하나는 지난번에 얘기했던 나무 방생법회를 강가에만 할 것이 아니라 도심에서도 해야 한다는 거야. 이처럼 뜻을 세워 줏대잡이하며 참다운 뜻에 따라 하나하나 바꾸어 가는 것이 부처님이나 예수님 못지않게 사는 일이지. 이것이 고성제 가운데 ‘멸’과 ‘도’에 아우르는 일이야.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을 바꾸지 않으면 아이들이 앞으로 마음 놓고 살기 힘들어. 그건 다음 시간에 얘기해보도록 하자꾸나. 

[불교신문3416호/2018년8월18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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