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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 (2018).11.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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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는 사자후] <33> 묘관음사 조실 향곡스님(1976년8월22일자 ‘염화실 탐방’ 대담 : 본지 편집국장 향봉스님)“맑게 갠 하늘이 불법이요 부처님”

 

안수정등(樹井藤)에서 
헤어나는 길 묻자 

박장대소…“9×9=81
현세가 분명한데 왜?
과거와 미래가 없겠어”

1960~70년대 “북쪽에는 전강스님, 남쪽에는 향곡스님”이란 뜻의 ‘북전강남향곡(北田岡南香谷)’이란 말이 있었다. 향곡스님이 입적하자 성철스님이 형(兄)이라 부르며 애도했을 만큼 존경받는 우리 시대의 선지식이었다.

향곡스님 하면 어린아이까지 좋아라 하는 큰스님이시다. 향곡스님 하면 운수납자들이 너무 너무 좋아라하는 대선지식스님이시다. 스님의 키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180cm는 될 것이요, 알리와 겨루었던 이노끼 보다도 더욱 건강하신 체구의 스님이시다. 스님의 말씀은 충청도 말씨보다 더욱 느리나 굵고 우렁차다. 웃으실 땐 온 몸으로 웃으시며 보기엔 매우 둔할듯하나 번갯불과 용광로 같은 지혜의 샘을 지니고 계신 당대의 손꼽히는 선지식스님이시다. 

서울에서 부산과 경주로 전화를 했더니만 향곡스님께서 경주 흥륜사에 계신다는 소식 이였다. 고속을 타고 경주에 내렸더니만 터미널에서 어느 비구니 스님을 만나 향곡스님께서는 오전에 부산의 월래 묘관음사로 떠나셨다는 바빠지는 말씀을 전해준다. 다시 차를 타고 묘관음사엘 갔더니만 두 시간 전에 지리산으로 떠나셨다는 또 바빠지는 말씀의 연속이다. 다시 부산으로 가서 지리산을 가기 위해 진주행 고속에 몸을 담으니 온몸에 땀물에 젖어 해수욕이 아닌 땀수욕의 곤욕을 치를 판이다. 

진주에서 일박(一泊)하고 지리산 대원사에 이르는 길은 차에서 내려 땀방울이 걷는지 향봉이가 걷는지 모를 만큼 지리산 칙칙한 숲의 큰스님 뵈려가는 길은 가까우면서도 먼 아라비아의 신기루임이 분명할 듯하다. 대원사 입구에 들어서자 향곡 큰스님께서 그 크신 모습으로 찾아드는 기자를 빤히 바라보신다. 

- 큰스님 뵙기 위해 왔는데요. 저는 떠돌이 집시 같은 스님답지 않은 천민(賤民)이예요. 크신 법문으로 저도 큰스님이 되게 해 주십시오. 

“하하하, 목욕이나 하지 그래. 때 벗기는 작업이 제일이지” 

- 제 몸의 땟물이야 까짓것 흐르는 물로 씻으면 그만이지만 제 맘속의 땟물 낀 그림자를 벗겨주십시오. 

“마음이 어느 곳에 있는데 땟물 같은 소릴 하는 게야. 마음이 어데 있는 줄도 모르면서 때 낀 줄은 어째 아는가?” 

할 말이 없다. 뭔가 대답하긴 하긴 해야겠는데 스님의 눈빛이 ‘요놈이 가짜구나 가짜!’ 하실 것만 같아 벙어리 삼룡이처럼 바보스레 웃어보였다. 스님을 모시고 법당에 들어가 삼배를 드린 후 까짓것 가짜 취급을 받더라도 철저히 가짜가 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또 다른 질문을 스님께 드려 보았다. 

- 화두(話頭)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예전의 조사 스님들이 모르는 게 화두 아냐?” 

조사 스님이란 화두(公安)을 타파하여 만법에 통달하신 분의 총칭인데 예전의 조사 스님이 모르는 게 화두라니 향곡스님의 대답이 바로 커다란 화두임이 명백한 일이겠다. 

- 안수정등(岸樹井藤)의 이야기가 있지요? 성난 코끼리가 우물 위에서 내려다보고 밑에는 독사가 우글거리고 매달린 등나무줄기를 흰 쥐 검은 쥐가 교대로 갉아먹고…큰스님께서 만일 우물 속에 갇힌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박장대소(拍掌大笑) 하겠어. 하하하…”

스님께서는 실제로 손뼉을 치며 뭐가 그리 좋으신지 정말 박장대소 하신다. 긴박한 죽음의 공포 속에 손뼉 치며 웃으시는 대해탈자(大解脫者)의 숨은 뜻을 알 길이 없다. 

- 스님께서는 열반에 드실 때 우시겠어요? 웃으시겠어요? 마지막으로 무슨 표정을 지으시고 세상을 떠나시겠어요? 

“9×9=81이야” 

원, 세상에 돌아가실 때 무슨 표정을 남기시겠느냐고 여쭈었더니 9×9=81 이란다. 구구법쯤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이미 외워 뒀었는데…. 

그러나 스님이 쓰신 붓글씨를 보면 뭔가를 조금은 짐작되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붓글씨에 일원상을 그려놓으시고 一 二 三 四 五를 쓰셨기 때문이다. 7×7=49 이고 9×9=81 이며 가갸 거겨 다음엔 고교 구규이기 때문이다.

威音那邊進一步 
山明秀麗歲月長 


위음왕불 곁에서 한 걸음 나아가니 
산수가 맑고 아름다우니 세월은 기네

1976년8월22일자 불교신문 제661호 1면에 실린 ‘염화실 탐방’ 기사.

- 제가 죽은 뒤엔 뭐가 될 런지 몹시 몸살 나도록 궁금한데요, 스님께서는요? 

“항시 그대로야. 산시산(山是山)이요 수시수(水是水)인데-.” 

- 어떤 것이 불법(佛法)입니까? 

“창천(蒼天)이야 창천!” 

창천을 <국어대사전>(이희승편)에서 찾아보면 맑게 갠 새파란 하늘로 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사천(四天)의 하나로 봄하늘과 구천(九天)의 하나로 동북쪽 하늘로 되어 있으나 아무튼 티 없이 맑게 갠 널따란 끝없는 공간(空間)의 진리를 뜻함이 분명하겠다. 

- 육도윤회를 저는 절대로 믿지 않는데요. 스님께서도 저와 생각이 같으시죠? 

“하하하 요런 생짜배기 보았나? 육도윤회는 실제로 있는 게야. 현세가 분명한데 왜 과거나 미래가 없겠어?”

- 방편으로 신도들 대하듯 말씀마시고 진법문(眞法問)을 해 주십시오. 귀신 따위는 저는 절대로 믿지 않아요. 귀신이란 맘이 약한 인간의 사생아(私生兒)이며 사람이 귀신을 상상해 모양을 그리고 이름을 붙였으며 그 그린 우상 밑에 쩔쩔매는 꼴이 우스워요. 

“똑똑한 척 하는군. 그래도 십만팔천 리야 십만팔천 리-.”

- 스님께서 붓글씨를 꼭 써주셔야 합니다. 만일 자꾸 거절하시면 해인사 방장 스님께 떼 쓴 것처럼 종일이라도 스님 괴롭힐 거야요. 일원상(O)도 좋고 부처 불(佛)자도 좋아요. 

“부처하고는 원수인데 뭘 하하하” 

스님께서는 온몸으로 웃으시며 기자의 손목을 잡아주신다.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통하는 스님의 따스하신 법향(法香)이 기자의 몸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여름더위를 깨끗이 털어주신다. 이래서 큰스님 뵙는 일은 즐겁고 진정 시원스러운 기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스님께서 불러주신 게송을 여기에 참고로 담아 놓는다. 이 게송에 독자들의 마음까지 환히 밝아지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불교신문3416호/2018년8월18일자] 

정리=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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