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군종병과에서 활동하는 성직자들은 함께 활동하면서 서로 챙겨주고 응원해주는 든든한 동료가 되어간다. 사진은 군종병과 성직자들이 강하 훈련을 함께 한 모습.

얼마 전, 다른 부대의 한 군종목사님께 연락이 왔다.

‘법사님, 내일 제가 그 부대에 출장이 있는데, 혹시 오늘 법당에서 하루 자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요. 도착하실 때 연락주세요.’

아마도 일반적인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대화일 것이다. 목사님이 사찰에서 하루를 묵는다니…. 하지만 이곳 군대에서는 종교인 간의 이러한 친분이 아주 흔한 일이다. 나누어서 보자면 다른 종교의 다른 신념을 지닌 종교인이지만, 군대에서는 ‘군종’ 이라는 하나의 그룹에 속한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군대에는 각자의 역할에 따른 분과가 있다. 이것을 병과라고 부르는데, 아주 다양한 병과 중에 하나가 바로 ‘군종병과’이다. 군종병과는 기독교(개신교)의 목사님, 천주교의 신부님, 원불교 교무님, 그리고 불교의 법사스님들과 군종행정업무를 지원하는 군종부사관 들이 속해있다. 이들은 각자의 종교업무는 물론, 군종과 관련된 훈련을 수행하기도 하고, 각종 행정업무를 담당하기도 한다. 또 여러 가지 교육이나 상담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을 함께 하다 보니 서로 비슷한 업무와 비슷한 고충을 겪으면서 가까워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첫 만남은 매우 어색하다. 군종장교가 되고자 훈련소에 교육생으로 처음 입교했을 때 일이다. 집결장소에는 파르라니 머리를 깎고 하얀 고무신을 신은 스님들과, 아주 멋들어진 양복에 구두를 신은 목사님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신부님들이 체육복과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신부님들은 일반 병사생활을 마치고 입대하는 경우가 많아서, 입대에 가장 최적화된 옷차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서로 어색한 첫 만남이 시작된다. 처음 일주일간은 서로의 위신을 세우기 바쁘다. 하지만 같이 땀 흘리며 훈련을 받고 같은 곳에서 생활하다보면 어느새 서로 챙겨주고 응원해주는 든든한 동료가 되어간다.

이후에는 각자의 부대로 배치되어 흩어지지만, 또 그 곳에서 만나는 다른 종교의 군종장교들과 한 식구로 지내게 된다. 목사님, 신부님과 한 식구라고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어색할 수 있으나, 함께 일하고 서로의 고충을 나누는 사람들이 식구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흔히 성직자들이 종교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포용의 모습은 군대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때로는 군종부 단결활동(부대 단결을 위한 단체 활동)으로 목사님, 신부님과 각 종교의 군종병들과 함께 인근 전통사찰을 찾기도 하고, 지역 교회의 초청을 받아 군종부가 다같이 교회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에는 법사 스님들이 부대 교회나 성당을 찾아 함께 축하해주기도 하고, 또 부처님오신날에 목사님이나 신부님이 오셔서 인사말을 하시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현 사회에서 추구하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하자는 사회적 운동의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오늘도 군대에서는 목사님, 신부님, 교무님 그리고 스님들이 한데 어우러져 동고동락하고 있다.

[불교신문3416호/2018년8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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