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직원이 6억3000만원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태 심각성을 인지한 사회복지재단은 급히 내사에 착수하고 형사고소에 들어갔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교계 안팎으로 불명예의 멍에를 짊어져야 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23년 넘게 쌓아온 비영리 복지재단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고, ‘불교계 복지 저변 확대’에 일조한다는 일념하나로 박봉을 감수하며 적지 않은 업무량을 견뎌온 직원들 사기도 바닥을 쳤다.

유례없는 횡령 사건을 두고 가장 먼저 불거진 건 각종 억측이었다. 재단이 허둥대는 동안 ‘경력도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이 혼자 힘으로 수억 원을 빼돌리는 것이 가능했겠느냐’부터 ‘한두 해도 아니고 몇 년 동안 재단에서 눈치 채지 못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사건의 책임을 개인이 아닌 재단에 돌리는 보도도 나왔다. 30여 명 직원들이 192개 시설을 무리하게 맡으며 몸집을 부풀린 데서 생긴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해당 직원은 2014년 9월부터 2018년 4월까지 3년7개월 동안 재단 공금을 수차례 걸쳐 개인 통장으로 옮겼다. 예수금 계좌의 허점을 악용했고 이중회계장부를 만들어 서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내ㆍ외부 감사망을 피했다. “담당 팀장과 부장, 사무국장의 결재 라인을 거쳐야했지만 인사권자였던 상임이사 묵인 하에 자금을 처리했던 일도 비일비재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재단의 관리부실 책임도 막중하지만 1차적 원인은 ‘개인 횡령’과 ‘인사권 문제’에 있었던 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억측과 유언비어는 본질을 덮기 마련이다. 해당 사건을 한 사람의 일탈로만 규정할 순 없지만 복지재단도 다른 의미에선 피해자나 다름없다. 재단 스스로 이미 “책임을 통감하며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힌 것처럼 모두가 납득할 만큼의 철저한 조사와 명명백백한 진상규명이 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우리가 다친 마음도 조금은 생각해주길 바란다”며 풀죽은 직원들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불교신문3416호/2018년8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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