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선사들의 수행 이야기

혜홍스님 지음·원택스님 감역/ 장경각

참선대중화 염원한 성철스님
‘한글 선어록’ 시리즈 제6권

중국 송나라 고승 혜홍스님
저서 ‘임간록’ 수행담 눈길

“한문 모르는 한글세대 위해
쉬운 주석으로 이해 높였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은 최근 선을 공부하는 수행자들이 보다 쉽게 읽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한글 중심의 ‘성철스님이 가려 뽑은 한글 선어록’ 시리즈 제6권 <송나라 선사들의 수행이야기>를 선보였다. 사진은 수행납자들을 경책하고 있는 성철스님.

“‘스님! 불교는 왜 인도에서 번성하지 못하고 쇠하여졌습니까?’ ‘이놈아! 불교가 어려워서 인도에서 쇠해버렸다.’ 큰스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하였다. ‘불교가 어렵다’는 그 말씀을 우리 모두의 화두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 근현대 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전 조계종 종정 성철스님(1912∼1993). 대중이 보다 쉽게 참선을 통한 깨달음의 길을 걷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던 스님의 발원을 담은 선어록이 발간됐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스님)은 최근 선을 공부하는 수행자들이 보다 쉽게 읽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한글 중심의 선어록 <송나라 선사들의 수행이야기>를 선보였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은 지난해 3월 <선을 묻는 이에게-천목중봉 스님의 산방야화>와 제2권 <선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천목중봉 스님의 동어서화>를 시작으로 정기적으로 펴내고 있는 ‘성철스님이 가려 뽑은 한글 선어록’ 시리즈 6번째 책이다.

“‘불교가 어렵다’는 뜻은 부처님의 말씀을 단순히 이해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말씀의 진리를 깨쳐서 부처님 마음과 자기의 마음이 하나가 돼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그 실천을 이루기가 옛날에도 지금도 어렵고 내일도 어려운 것이라고 성철스님은 우리들에게 가르침을 주신 것이다.” 선어록 시리즈 발간은 30여 년 전 성철스님의 이 같은 당부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지난 1987년 11월 출판사 장경각을 설립하고 6년에 걸친 편찬 작업을 마치고 1993년 10월 <선림고경총서> 37권을 완간했다. 그러나 책의 제목이 한문으로 쓰였고, 원문을 부록으로 실은 탓에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지 못하고 종이책은 10여 년 전에 절판되는 운명을 맞았다.

책 감역을 맡은 이사장 원택스님은 “올해는 성철스님께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실행한 지 7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인 만큼 <선림고경총서> 37중에서 가장 요긴한 책 26권을 골라 ‘성철스님이 가려 뽑은 한글 선어록’이라 이름으로 2~3년 안에 발간하기로 원을 세웠다”면서 “30대 이하 세대가 한문을 잘 모르는 한글세대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쉽고 자세한 주석을 붙여 이해를 돕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문학 분야의 많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참선에 관한 좋은 인문학 서적이 부족한 이때 맑은 참선 지도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번에 출간한 선어록은 중국 송말 어지러운 세태 속에서 여러 차례 투옥되고 환속당하면서도 선문을 굳게 지킨 혜홍 각범스님(慧洪覺範, 1071∼1128)의 저서 <임간록((林間錄)>이다. 선사들이 도를 깨친 인연이나 여러 경론에 대한 선종의 입장과 불법의 근본 가르침, 총림 수행에 관한 이야기 등 300여 편을 상하 2권에 실었다. 책 마지막의 ‘신편후집(新編後集)’ 1권은 <임간록>의 부록 또는 속집이라고도 부르며, 혜홍스님이 지은 찬(讚)·명(銘)·게송 등 26수와 시 6수를 싣고 있다. 주석서로는 <임간록고증(林間錄考證)> 7권, <임간록고략(林間錄考略)> 1권이 있다.

37세의 나이로 책을 간행한 스님은 300여 편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책이 출판되기 전까지도 끊임없이 자료를 수집했다. 10여 년에 걸쳐 선원의 여러 스님들의 법담은 물론 옛 선사들의 고고한 행실이나 유훈 등을 들을 때 마다 기록한 것으로 그 문장이 아름다워 ‘선적(禪籍)중의 백미(白眉)’라고 불리며 총림에서 널리 애송됐다. 특히 본문 속의 ‘오가종파(五家宗派)’나 ‘덕산사가어록(德山四家語錄)’ 등의 기록은 어록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여기에 우리나라 스님 중에 신라시대 고승 원효스님과 <임간록>이 출판되기 80년 전(1027)에 송나라에 갔던 고려시대 고승 의천스님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어 눈여겨 볼만하다.

<임간록>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현재 해인사에 소장된 <임간록>이 한 책 속에 여러 가지 판형이 있고, 또 글자들이 닳아서 알아볼 수 없는 부분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후 널리 읽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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