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지몽스님.

 

해야 하지만 선뜻 하지 못하는…
종단의 대사회적 역할에 대한
사부대중의 재인식 필요한 시점

스님과 불자들의 관심과 지원은
적극적인 활동에 필수불가결 요소

몸에 아픈 곳 있으면 치료하듯
우리사회 아픈 부분 치유하고 
함께할 때, 그곳이 곧 수행처

최근 여러 방송매체에서 KTX 해고 여승무원의 복직소식이 연일 톱기사로 전파를 탔습니다. 부당해고 12년만의 이뤄진 복직이었습니다. 여러 시민사회·종교 단체들의 연대의 도움이 있었고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또한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해고 승무원들과 길거리농성장에서 만나 함께 눈길과 빗길, 한기와 열기 속, 아스팔트에서 오체투지와 1000배, 108배를 하면서 땀 흘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위로하고 같이 아파하고 눈시울 적시며 기도했습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노동위원회는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종단의 대사회적 사회노동인권 기구로서 사회노동위원회가 출범한지 6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웃 종교와 비교했을 때 많이 늦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연민과 자비심으로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손길을 내밀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복직농성 10년째를 이어가는 와중에 지난 6월 서른 번째 자살희생자가 나와서 우리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이에 사회노동위원회는 쌍용자동차 복직농성을 하는 노동자 중에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문제가 속히 해결되기를 기도드리며 섭씨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에 해고노동자들과 2시간여 동안 오체투지를 했습니다. 하는 내내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죽음까지 불사한 삶의 절박함을 알기에 끝까지 견디며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사회노동위원회는 쌍용자동차를 비롯해 파인텍, 콜트콜텍,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문제, 이주 노동자, 비정규직, 무연고자, 위안부 문제, 제주4·3사건, 성소수자와 같은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오체투지, 기도와 법회, 함께하는 불교행사, 천도재, 노동자를 위한 템플스테이, 명상프로그램,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명실상부한 사회노동기구로써 그 면모를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활동을 하면서 많은 분들로부터 불교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갖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환희심과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한편으로는 포교의 텃밭을 일구는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불교가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스님과 재가불자의 역할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앞으로 사회노동위원회가 대사회적 기능을 원활히 하기 위해선 종단과 전국사찰의 스님과 불자님들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먼저 사회노동위원회의 대사회적기능과 활동에 대한 종단과 사부대중의 적극적인 재인식이 필요합니다. 많은 스님과 불자들이 이렇게 말을 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일이다.” 그 말씀에 충분히 동감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불교라는 종교색을 내려놓고 사회적 약자들 속에 오롯이 함께하는 것이기에 보는 시각에 따라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우리사회가 불교를 보는 좁은 인식 또한 바꿀 수 있으며 ‘포교 활성화’의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구성원들의 대한 인식의 대전환도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해고농성 노동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우리사회에 잠재적 인원까지 추산하면 성소수자가 약 100만여 명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소수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역시 곱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보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분별과 왜곡에서 벗어나 그들을 똑같은 부처님으로 대하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지난 3일 40도 가까운 폭염에도 조계종 사회노동위 스님들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서울 조계사에서 대한문까지 오체투지를 함께 했다.

또한 대사회적인 기능을 원활히 하기 위해선 종단의 지원확대와 전국 각 사찰의 스님과 불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입니다. 현 종단의 지원이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현재 승·재가 포함 30여 명의 사회노동위원은 비상근직으로 처우가 열악한 실정이며, 회의와 소통할 수 있는 전용 공간도 미비합니다.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선 물질적인 지원은 필수불가결한 부분입니다. 활동위원의 인원 또한 더 충원되는 점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전국에 뜻있는 스님들과 재가불자님의 관심과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사회를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실존적인 생존의 문제로 하루하루가 힘들고 기약 없는 내일의 불안과 고통 속에 있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스님이라는 신분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농성장이나 집회에서 그 분들과 함께할 때면 매번 ‘삶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눈시울을 붉힌 적이 많았습니다.

우리의 몸이 아프면 그 곳을 중심이 되어 치유하고 돌봐야 하듯이 우리 스님과 불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고통 받고 아픈 분들과 함께 할 때, 그 곳이 수행처가 되어 나의 업(業)은 물론이고 사회업(事會業) 또한 녹아날 것입니다. 그 아픔과 고통이 사라진 자리에는 분명히 힘없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가 좀 더 잘기 좋은 삶의 터전이 될 것 입니다. 

[불교신문3415호/2018년8월15일자]

지몽스님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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