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코는 천기(天氣)를 받아들인다고 하여 호흡대사의 중요기관으로 인식하였고, 입은 지기(地氣)를 받아들인다고 하여 음식섭취의 중요한 기관으로 보았다. 또 관상학적으로도 해석을 하였는데, 동의보감에 보면 코는 관상학적으로 중앙에 위치하여 “코가 크면 일에 게으르고 걱정이 없다” “코가 작으면 항상 마음에 걱정이 많고 초조하다” “코가 높으면 기상이 높고, 코가 낮으면 타인에게 지배받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하여 코에 대한 나름 다른 해석을 하였다. 자세히 말하기는 어려운 내용이지만, 한의학에서 비염환자를 볼 때 현대적 의미의 코 해석 외에 이러한 한의학적 이론을 추가하여 체질, 성격을 판단하고 처방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비염을 단순히 코의 질환이라고만 보지 않고, 외부의 사기(邪氣)침입이나 내부의 정신적 손상으로 오장육부에 불균형이 초래되어 생긴 질환이라 보고 있다. 따라서 한방에서의 비염치료는 정체요법(整體療法, 종합적 치료)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코의 증상도 개선하면서 인체의 항병력을 상승시켜주는 치료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같은 비염의 증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호흡기와 소화기의 기능이 약하여 식은 땀이 나고 기운이 없는 사람은 보기(補氣), 윤폐(潤肺)할 수 있는 약을 응용하고, 식은 땀을 잘 흘리지만 변비증세도 있으면서 얼굴도 붉고 입이 마르는 증상도 겸해 있으면 청열(淸熱) 보음(補陰) 할 수 있는 약물 등을 사용한다. 신양이 부족할 때는 보정(補精) 보양(補陽)하는 약물들을 사용한다. 이외에도 신체가 건강하나 외부적 감촉에 의하여 비염이 발생된 경우라면 해표(解表)하는 약물을 복용케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침 치료인데, 이는 우리가 생활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지압법의 혈자리와 동일하다. 알레르기 비염치료의 지압은 백회, 인당, 상성, 마금수, 마쾌수 등의 혈자리를 자주 눌러주면 되는데, 이러한 혈위는 실제 한의사들이 침치료에도 쓰는 혈자리이고. 코 기능을 개선시켜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해당되는 경혈을 차분하게 정성들여 지속압으로 5초에서 10초 정도씩 지압하면 된다. 

다음은 도인법으로 도인술(導引術)이라고도 하는데, 손과 발을 움직여 기(氣)와 혈(血)을 신체 각 부위에 골고루 통하게 하는 방법이다. 비염의 도인법을 순서대로 설명하면 ①양손의 가운데 손가락으로 코뼈를 좌우에서 집는 것처럼 누르고 손을 상하로 움직이면서 코 운동을 시킨다. 손가락은 고정시키고 코를 상하로 되도록 빠르게 20회 정도 운동시킨다. ②처음과 같은 요령으로 코를 누르고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코의 양면을 강하게 마찰한다.코 속까지 따뜻해지도록 20˜30회 반복한다. ③ 둘째손가락 손톱위에 가운데 손가락을 얹어 놓고 두손으로 동시에 코의 양쪽을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지압한다. 이를 몇 번 되풀이 한다. ④ 콧구멍에 한 손가락을 넣고 안팎에서 비익(코의 옆쪽)을 눌러준다. ⑤ 양손의 둘째 손가락을 콧구멍에 넣어 양쪽에서 코의 칸막이를 강하게 지압한다.

만성적인 알레르기비염은 일반적인 치료와 더불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가벼운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는 지압이나 도인법을 응용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고, 심한 경우는 반드시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를 권한다.

[불교신문3415호/2018년8월15일자]

홍승욱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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