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왼발이 무지외반증이다. 엄지발가락이 반듯하게 뻗지 못하고 뿌리 쪽 뼈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언제부턴가 발의 이상증세를 인지하면서도 당장 불편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시간이 갈수록 발 모양새도 좋지 않고 걸으면 통증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어서 우선 발가락 교정기를 사용해보고 추이를 지켜보자고 했다. 다행으로 여기면서 그 동안 내가 발을 등한시했다며 뼈저린 반성을 하게 됐다. 발이 없으면 한 발짝도 뗄 수 없음에도 지금껏 발에게 고마움이라도 한 번 가져봤는지. 발은 우리 인체를 떠받드는 초석과 같다. 초석이 튼실하지 못하면 상부구조는 무너지게 돼 있다. 그럼에도 발은 다른 신체기관에 비해 제대로 대우를 못 받는 게 사실이다. 

부처님이 열반한 인도 쿠시나가르에는 부처님의 열반상이 모셔져 있다. 6미터 크기의 황금빛으로, 머리를 북녘으로 두고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두발을 포개어 모로 누워 있다. 열반에 들면 저런 모습일까. 윤회의 고리를 모두 끊어서인지 고요하며 편안한 모습이다. 나는 그곳에서 수많은 참배객들을 뚫고 부처님의 발을 만져보았다. 가슴이 뭉클했다. 태어나자 바로 일곱 걸음을 뗄 때마다, 큰 깨달음을 얻은 후 걸을 때마다 연꽃이 피어났다는 발 때문이 아니었다. 장지에서 화장을 앞두고 늦게서야 마하가섭이 도착하자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보였다는 이적 때문도 아니었다. 그건 모두 신화적인 발이다. 내가 뭉클했던 건 인간의 발 때문이었다. 무명의 중생들에게 깨우침을 주기 위해 45년간 인도 중북부를 걷고 또 걸었던 발 말이다.“아난다야, 내 나이 여든 살, 나도 이제 늙고 기력이 없구나. 낡은 수레가 가죽 끈에 묶여 간신히 굴러가듯, 나 또한 가죽 끈에 묶여 간신히 움직이고 있느니라.”이 대목이 가슴이 저린 건 결국 부처님도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처님이 인간을 뛰어넘어 신으로 추앙받을 수 있었던 건, 진리를 펼치고자 노쇠해서 기력이 딸려 힘든 상황에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깨우침을 주고자 걸었던, 그 위대한 인간의 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교신문3415호/2018년8월15일자]

이선재 소설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