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 ‘조계종 사부대중에게 드리는 글’ 발표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1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사부대중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종단 개혁의 초석만은 마련하고, 2018년 12월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명실상부한 혁신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해 종단개혁을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신재호 기자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8월13일 “종단 개혁의 초석만은 마련하고, 2018년 12월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명실상부한 혁신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해 종단개혁을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총무원장 스님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발표한 ‘조계종 사부대중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총무원장 스님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한줄기 소낙비를 갈망하듯 지금 우리 종단의 사부대중들 또한 개혁을 향한 염원에 목말라하고 있다”며 “지난 선거과정과 취임 초기부터 저를 둘러싼 많은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모든 의혹들은 전혀 근거가 없고, 알려진 내용들 역시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들임을 거듭 밝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실 여부를 떠나 종단의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으나, 종단 내부의 뿌리 깊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며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면서 “그래서 어떠한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만은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입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저에 관한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명백히 밝혀 한 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 시간 이후 조계종을 걱정하는 사부대중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뜻을 담아 종헌종법을 재정비해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혁신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하고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이고 명실상부한 개혁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종단개혁을 추진할 것을 사부대중에게 약속한다”면서 “혁신위는 종단 원로스님과 중진스님, 모든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혁의지가 투철하고 경험 있는 분들로 구성하여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비구, 비구니스님들이 입산에서부터 입적 시까지 의식주와 의료 등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승려들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부당한 징계를 받은 승려들을 위한 복권 제도를 새롭게 정비하겠다”며 “삼보정재가 부당하게 유출되고 허실이 없도록 종단 전체의 재정투명화를 위한 제도 방안을 마련해 삼보정재가 훼손되거나 손실을 입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혼탁한 선거로 인해 많은 사부대중에게 실망을 줬던 세속적이고 타락한 종단의 선거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이를 위해 직선제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모든 사부대중이 인정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 낼 것”을 강조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끝으로 “이러한 개혁을 통해 종단이 처한 난관과 혼란을 극복하고 신심과 원력 공심으로 정진해 존중받는 한국불교계를 만들어 내겠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총무원장 스님과의 일문일답.

-그동안 사퇴하겠다고 밝혔는데 이같은 발표 배경은.

=애당초 여기 올 때 1994년 종단개혁 때 법제위원장으로서 만들어진 선거법 등 반 승가적인 법들이 있다. 그건 고쳐서 좋은 종단을 만들겠다고 왔는데, 그것도 하기 전에 많은 태클에 부딪혀서 조금도 진행 못한 그런 실정이다. (총무원장으로) 나왔을 때 그 염원을, 기초라도 만들고 가는 것이, 내가 여기 나온 의미를 조금이라도 되살리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2018년 12월31일로 사퇴 일자를 명시한 까닭은.

=어떤 사람이 생각하면 종권에 연연해서 그러는 것 같겠지만 나는 종권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떻든 내가 있는 동안에 불교를 놓고 갈등하는 단체들이 있다. 사회단체, 스님들 이런 분들을 한 번 통합해서 그런 갈등을 해소하는 초석이라도 만들어 놨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이다. 종권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배수진을 치는 것이다.

-12월31일 까지는 몇 달 남지 않았다. 실현하기엔 부족한 시간 아닌가.

=당연하다. 이를 실현하고 실천하긴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동안에 불교를 위한다고 하는 많은 단체들 비구 비구니 또는 대학생연합회, 청년회, 교수불자회, 언론인불자, 포교사단 등 불교를 위해 나름대로 주장하고 이야기 하고 변화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나름대로 불교개혁은 무엇이고 불교발전은 무엇인가에 대한 안을 낼 수 있도록 취합해서 잘 엮어낼 수 있는 그런 위원회라도 만들어 놓으면 그것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분들이 선뜻 참여할 거라고 생각하나.

=불교 진정으로 위한다고 했으니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 집회도 하고 소리를 내는 분들이니까 장을 열어놓고 누구나 다 주장하고 자기 뜻을 개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싶다.

-애초에 총무원장 스님 퇴진을 주장했던 분들도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을까.

=퇴진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퇴진을 요구한 것은 불교 개혁이고 곧 변화일 것이다. 불교 개혁과 변화를 위한 것이라면, 사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목적을 둔다면 참여하리라고 믿는다.

-해종언론도 취재를 하게 할 것인가.

=나는 그렇다. 모든 이들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은 우리가 말하기 전에 다 알고 있더라. 굳이 막아서 무슨 의미가 있나. 물론 종단에서 절차가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 찬성하는 사람들, 불만 가진 사람들, 좋은 뜻 가진 사람들 모든 사람이 참여해 자기 뜻을 자유스럽게 개진해 불교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그 길이 가장 좋은 길이다.

다음은 총무원장 설정스님 입장문 전문.

조계종 사부대중에게 드리는 글

◯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한줄기 소낙비를 갈망하듯 지금 우리 종단의 사부대중들 또한 개혁을 향한 염원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 지난 선거과정과 취임 초기부터 저를 둘러싼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에 대한 모든 의혹들은 전혀 근거가 없고, 알려진 내용들 역시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들임을 거듭 밝혀드립니다.

◯ 진실 여부를 떠나 종단의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으나, 종단 내부의 뿌리 깊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그래서 어떠한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만은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입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저에 관한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명백히 밝혀 한 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이 시간 이후 저는 조계종을 걱정하는 사부대중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뜻을 담아 종헌종법을 재정비해서 조계종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 이를 위해 혁신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하고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이고 명실상부한 개혁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종단개혁을 추진할 것을 사부대중에게 약속합니다.

◯ 혁신위원회는 종단의 원로스님과 중진스님 그리고 모든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혁의지가 투철하고 경험 있는 분들로 구성하여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비구, 비구니스님들이 입산에서부터 입적 시까지 의식주와 의료 등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하여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승려들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부당한 징계를 받은 승려들을 위한 복권 제도를 새롭게 정비하겠습니다.

◯ 삼보정재가 부당하게 유출되고 허실이 없도록 종단 전체의 재정투명화를 위한 제도 방안을 마련해서 삼보정재가 훼손되거나 손실을 입은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 그동안 혼탁한 선거로 인해 많은 사부대중에게 실망을 줬던 세속적이고 타락한 종단의 선거개혁을 추진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직선제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모든 사부대중이 인정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 이러한 개혁을 통해 우리 종단이 처한 난관과 혼란을 극복하고 신심과 원력 공심으로 정진하여 존중받는 한국불교계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불기2562(2018)년 8월 13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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