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림사 사찰음식 특강 현장

지난 7일 서울 소림사 공양실에서 진행된 사찰음식 특강 모습.

주지스님이 익힌 20년 노하우
소수정예 신도들에 매월 전수
구하기 쉬운 제철식재료 이용
몸에 좋은 사찰음식 비법 공개

“내 인생의 봄날, 당신과 함께 하는 사찰음식. 요리도 배우고 건강한 음식도 맛보세요.”

사찰음식을 매개로 문화포교가 각광받고 있는 요즘 서울 소림사(주지 여거스님)가 지난해 3월부터 매월 2회(둘째 셋째 주 목요일이나 사찰일정에 따라 변경) 사찰음식 특강을 열고 있다. 사찰음식 지도는 이 사찰의 주지 스님이자 올해 6월 홍콩에서 열린 한국 사찰음식 홍보행사에 참가해 호응을 받았던 여거스님이 하고 있다. 스님은 울진 불영사에 출가하면부터 사찰음식을 배우기 시작해 20여 년 동안 익힌 스님만의 독특한 레시피를 소수 정예 멤버(최대 6명)만 받아 매회 2가지의 사찰음식을 지도하고 있다. 현장을 지난 7일 찾아가 보았다.

소림사는 깊은 산사처럼 조용했다. 사찰입구 텃밭에는 호박넝쿨이 자라고 각종 채소가 즐비해 시골 산사를 연상하게 했다. 오전 10시부터 사찰음식 특강이 시작되는 터라 주지 여거스님의 손길이 바빴다. 식재료를 미리 준비하는데도 시간이 빠듯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정예멤버 5명이 공양실에 마련된 사찰음식 실습장에 모였고 여거스님이 간단하게 인사말을 했다.

“저는 최대한 계절음식으로 사찰음식을 만들어요. 식재료도 계절에 맞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하구요. 무엇보다 만들기가 쉽고 간편해야 해요. 그러면서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어야 하지요.”

이날 사찰음식 메뉴는 오이롤밥과 도토리묵밥이었다. 사전에 준비한 프린트 용지가 실습장에 배포됐다. 먼저 주지 스님이 간단하게 시연을 하며 설명을 한 뒤 수강생들이 실습을 해 보는 순서로 특강은 진행됐다.

오이롤밥을 말고 있는 여거스님.

여거스님은 먼저 오이롤밥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준비물은 청오이, 밥, 매실장아찌, 매실청, 소금, 참기름, 식초입니다. 다다기 오이나 백오이도 무방하지만 롤밥재료는 청오이가 제격이예요. 왜냐하면 청오이는 행주로 살살 닦아도 상처가 덜 나게 다듬어져요. 그러면 보관도 오래할 수 있어요.”

이 대목에서 스님은 경험에서 나오는 오이 고르는 방법을 전수해 주었다. “오이는 아랫부분이 도톰하면 씨앗이 맺히지 시작했다고 보면 돼요. 그러니 아랫부분이 매끈하게 빠진 오이를 골라야 속에 씨앗이 없어 롭밥재료로 적절해요.”

밥을 할 때도 다시마를 곁들이면 밥이 찰지고 간이 배인다는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본격적인 요리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오이는 깨끗이 씻어 필러(야채칼)로 적당하게 잘라요. 자른 오이를 소금물에 살짝 절여요. 그다음 매실장아찌를 다져요. 밥이 뜨거울 때 매실장아찌 다진 것, 소금, 매실청, 참기름, 식초를 넣어 간을 합니다. 절인 오이의 물기를 빼고 먹기 좋게 밥을 뭉쳐 오이를 감싸 접시에 담고 매실장아찌 다진 것을 고명으로 올리면 롤밥이 완성돼요.”

말처럼 쉽고 간단했다. 스님은 기호에 따라 간을 조절하면 되고, 무장아찌나 우엉조림을 재료로 다져 넣으면 채식을 싫어하는 자녀들도 고른 영양섭취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어 도토리묵밥 시연과 설명이 진행됐다. 도토리가루를 직접 구입해 물과의 비율을 1대5나 1대6으로 도토리 묵을 만드는 비법도 알려 주었다. 국물로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육수대신 사찰에서는 채수물(건표고 건다시마 무를 이용)이 사용됐다. 준비된 프린트 용지에는 도토리묵, 김치, 오이지, 청·홍고추, 김가루, 참기름, 깨소금, 집간장, 식초, 매실청 등의 준비물이 나열돼 있었다.

“채수물을 미리 끓여 식힌 후 냉장보관하시고 김치 속을 털고 잘게 썬 후 참기름, 깨소금으로 버무려요. 청·홍고추는 씨를 빼고 다지고, 오이지는 썰어 물에 헹궈 물기를 짠 후 참기름과 깨소름으로 버무려요.”

스님은 고추 채를 썰 때는 매끈한 부분을 아래로, 속을 위쪽으로 하면 칼의 미끌림을 방지할 수 있다고 요리 팁을 알려주었다. “이제 도토리 묵을 먹기 좋게 채 썰고 쑥갓을 씻어 물기를 빼요. 채수물에 집간장, 매실청, 식초를 넣어 간을 하고 그릇에 도토리 묵을 넣고 오이지, 김치 썬 것, 다진고추, 김가루, 청·홍고추, 깨소금, 참기름을 올린 후 채수물을 넣으면 도토리묵밥이 완성됩니다. 여기에 식성에 따라 밥을 곁들이면 됩니다. 오늘은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묵만 채를 썰어 완성하겠어요.”

완성된 도토리묵밥과 오이롤밥이 실습장 식탁에 올려졌다. 수강생들은 스님이 설명해 준대로 금방 도토리묵밥과 오이롤밥을 만들어 각자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쉽고 간편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이었다.

특강에 참가한 이다감(48)씨는 “스님이 지도해 주는 사찰음식은 쉽고 깔끔하고 먹으면 속이 편하다”며 “식재료도 구하기 쉬운 것으로 해서 특강에 안 빠지고 나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아윤(53)씨도 “스님의 강의를 들으면 음식에 대한 몰랐던 지식도 많이 배우게 되고 깔끔한 사찰음식에 대한 실력도 나날이 쌓을 수 있어 다음 특강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완성된 오이롤밥.
완성된 도토리묵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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