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조불련 ‘공동발원문’ 발표

“불심화합으로 통일 위해 용맹정진 할 것”

남과 북의 불자들이 광복 73주년을 맞아 공동발원문을 함께 봉독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불심화합으로 정진할 것을 서원한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원택스님)은 오늘(8월9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측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와 8·15남북공동발원문을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8·15남북공동발원문은 지난 2014년 이후 4년 만에 채택됐으며, 올해 들어서는 부처님오신날 이후 두 번째이다.

이번 공동발원문에서 남북 불자들은 “지난 4월27일 남북 정상이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을 채택해 서로의 뜻과 힘을 합쳐 민족화합의 새 역사, 공동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갈 것을 온 세상에 선포하였다”며 “판문점 선언의 실천은 곧 화해와 화합, 평화와 평등이며 자타불이의 정신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한반도 긴장완화와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불심화합으로 용맹 정진하겠다”며 “통일로 가는 길이 아무리 어렵고 난관이 겹쌓인다해도 조국통일의 주인은 우리 겨레 자신이기 때문에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된 조국 발고여락의 이념이 구현된 현세의 불국토를 일떠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남북공동발원문은 오는 8월15일 오전 11시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독될 예정이며 북측은 평양 광법사에서 발표된다.

지난 2012년 금강산 신계사 복원 5주년 합동법회 때 남북 불교도가 공동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미비했던 남북불교 교류… 다시 활성화될까

무엇보다 이번 공동발원문을 계기로 그간 뚜렷한 성과가 미비했던 남북 불교교류협력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후 급속도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이후 비핵화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불교분야를 비롯한 민간부분 교류가 주춤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단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미 남북교류 협력사업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던 만큼 민간 교류가 활성화가 된다면 계획된 사업을 곧바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남북 불교교류의 상징인 금강산 신계사와 관련된 사업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신계사는 현재 2007년 복원 이후 단 한 차례 정밀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어서 건축물 진단과 보수 공사가 시급한 사안으로 꼽힌다. 정부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남북 당국의 협조만 이뤄진다면 신계사 전각훼손 정밀진단 및 보수불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불교문화재연구소가 구상 중이었던 개성 흥왕사지와 왕륜사지 발굴도 중요한 과제이다. 흥왕사지는 고려대장경을 간행한 유서 깊은 사찰로 공민왕 시절 반원정책을 삼았던 도량이지만 몽골 침입으로 소실됐다. 고려 10찰 중 한 곳으로 연등회를 주관했던 왕륜사지 조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총무원 사업부 자회사인 주식회사 도반여행을 중심으로 준비 중이었던 금강산 관광 및 불교 성지순례와 제22교구본사 대흥사가 올 가을 묘향산 보현사에서 봉행하려 했던 ‘남북 불교계 공동 서산대제’도 남북 교류 물꼬가 트인다면 재개될 계획이다.

다음은 8·15남북공동발원문 전문.

공 동 발 원 문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오늘 남과 북(북과 남)의 불교도들은 8.15를 맞으며 조국통일기원 남북(북남)불교도동시법회를 봉행하고 우리들의 변함없는 통일의지를 담아 부처님전에 삼가 발원합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일제의 식민지통치에서 벗어난 기쁨 속에 우리 겨레 서로 얼싸안고 해방만세 목청껏 부르던 그때로부터 어느덧 일흔세해라는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8.15의 감격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한지맥으로 잇닿은 삼천리강토는 둘로 갈라져 우리 겨레는 오늘도 분열고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7일 남북(북남)정상분들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의 채택으로 서로의 뜻과 힘을 합쳐 민족화합의 새 역사, 공동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갈 것을 온 세상에 선포하였으며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가시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여 온 겨레가 바라는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기 위한 큰 걸음을 내짚었습니다.

불과 지난해 말까지만 하여도 일촉즉발의 핵전쟁위험이 무겁게 드리웠던 이 땅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온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선언하였습니다.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적인 사변들에 대하여 우리 겨레는 물론 전 세계가 열렬히 환영하고 있습니다.

자비하신 부처님,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와 화해와 화합, 평화와 평등에 대하여 가르치시였습니다.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의 실천은 곧 화해와 화합, 평화와 평등이며 자타불이입니다.

평화의 새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 남과 북(북과 남)의 불교도들은 한마음 함께 기울여 발원합니다.

우리들은 분단의 비극을 하루빨리 가시고 남과 북(북과 남)이 둘이 아닌 하나가 되기 위해 판문점선언을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법등으로 삼고 그 실천행에 떨쳐나서겠습니다.

우리들은 역사적인 남북(북남)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공고한 평화체제구축을 위해 불심화합으로 용맹 정진하겠습니다.

자기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는 것은 불법의 진리입니다.

우리들은 조국통일의 주인은 우리 겨레 자신이라는 것을 깊이 자각하고 통일로 가는 길이 아무리 어렵고 난관이 겹쌓인다해도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이 땅위에 기어이 통일된 조국, 발고여락의 이념이 구현된 현세의 불국토를 일떠세우겠습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우리가 서원하고 행하는 이 길에 무량한 자비광명을 주십시오,

우리 겨레, 우리 남과 북(북과 남)의 불교도들이 손을 잡고 나아가는 길, 행하는 불사 하나하나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을 이행하여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선업이 되도록 무량한 가호와 가피를 내려주십시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8.15기념 조국통일기원 남북(북남)불교도 동시법회
참가 사부대중 일동
불기2562(2018)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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