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교한 보름달이 만선(滿船)처럼 허공에 떠 있다. 달을 갖고 싶다는 공주의 말에 임금과 대신은 고민에 빠졌다. 하늘의 달을 무슨 수로 따다 바치겠는가? 

“공주님, 달은 너무 커서 따올 수도 없고 멀어서 갈 수가 없답니다.” 간곡하게 사정을 말했지만 한사코 따오라는 것이다. 

그 때 어릿광대가 나섰다. “공주님, 달이 갖고 싶다는 말씀이지요. 달은 어떻게 생겼나요?” “동그랗게 생겼지” “얼마나 큰가요?” “바보, 그것도 몰라? 달은 내 손톱만 하지. 손톱으로 가려지잖아” “무슨 색깔인가요?” “황금빛이 나지” 그는 달 목걸이를 만들어 공주의 목에 걸어주었다. 공주는 기뻐하였고 궁궐의 고민은 즉시 해결되었다. 

우리는 흔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자기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에 익숙하다. 광대의 경청과 질문이 공주의 갈망을 해소해 주었듯 소통과 공감은 그 사람의 감정을 느껴주고 생각을 공감해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 주고 그기에 초점을 맞춰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도움이 되는 간략한 상담방법이 있다. 첫째, 공감과 지지단계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다. 둘째, 무엇이 힘든지,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들어보고 요약하여 거울처럼 되돌려 주는 것이다. 세 번째는 ‘무엇을 원하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눈높이 질문으로 내재되어 있는 답을 톡톡 두드려 끄집어 내 준 광대처럼 ‘대저 법을 설하는 자는 모름지기 때를 맞추고 근기(根機)를 잘 살펴 병에 따라 약을 써야한다’ 는 성현의 지혜로운 말씀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시절이다.

[불교신문3414호/2018년8월11일자]

일광스님 논설위원·거창 죽림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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