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고요하여 증감 없는 ‘텅 빈 충만’

대승은 보살승, 최상승은 불승
보살승 닦는 것이 그대로 대승
보살승 증득하면 챙길 것 없어 
더 닦을 것이 없는 곳 이르러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가르침을 주신 성문승, 연각승, 보살승 등 부처님의 온갖 법문은 ‘분별이 떨어진 부처님의 마음자리’가 아닙니다. 중생의 생각으로 알 수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아직 분별이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중생의 경계를 뛰어넘어 ‘분별이 없는 부처님의 마음자리’로 들어가야 번뇌가 다 사라진 부처님의 세상이니, 여기에서 비로소 자신의 참 성품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를 방편으로 일승(一乘)이라 말하지만, 이 일승은 성문승, 연각승, 보살승을 합쳐 말하는 삼승(三乘)을 상대하는 일승이 아니라, 삼승은 물론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조차 초월한 자리인 최상승(最上乘)을 나타내는 말일 뿐입니다. 대주스님이 “대승이 보살승이요, 보살승을 증득하면 최상승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도, 이는 ‘부처님의 마음자리’를 터득하면 다 같은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원문 번역: 문) 대승(大乘)과 최상승의 뜻이 무엇입니까? 답) 대승은 보살승(菩薩乘)이요 최상승은 불승(佛乘)이다. 문) 어떻게 닦아야 이들을 얻겠습니까? 답) 보살승을 닦는 것이 그대로 ‘대승’이다. 보살승을 증득하면 다시는 챙길 마음이 없어 더 닦을 마음이 없는 곳에 이르니, 그 마음이 늘 깊고 맑고 고요하여 더 늘거나 줄지 않는다. 이를 일러 ‘최상승’이라 하니 곧 ‘불승’이다.

강설: ‘대승’에서 대(大)는 부처님의 마음이고, 승(乘)은 이 부처님의 마음에 모든 중생을 태워 극락정토로 데리고 간다는 뜻입니다. 곧 대승은 ‘부처님의 마음으로 뭇 삶을 다 행복한 세상으로 데려간다’는 뜻입니다.

‘보살승’에서 ‘보살’은 성불하여 극락정토로 들어가기 위하여 끝없이 자기 수행을 해가면서 동시에 부처님의 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빠짐없이 제도하여 그들과 함께 성불하려는 수행자를 말합니다. 이 보살의 마음에 중생을 모두 태워 극락정토로 데리고 간다는 뜻이 ’승’입니다. <금강경> 전체 대의를 나타내는 대승정종분(大乘正宗分)에서 부처님도 수보리에게 이런 내용을 말씀하셨습니다.

“수보리야, 모든 보살은 이와 같이 그들의 마음을 다스려야 하니, 온갖 중생을 모두 ‘번뇌가 다 사라진 열반’에 들게 하여 제도해야겠다는 마음을 내야 한다. 이 마음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을 제도하지만 실로 제도된 중생은 하나도 없으니, 왜냐하면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나’라는 모습에 집착하고(我相), ‘남’이라는 모습에 집착하며(人相), 나와 남들이 어울려 생겨나는 우리 중생이라는 모습에 집착하고(衆生相), 또는 이들 모두의 생명이 영원할 것이라는 모습에 집착한다면(壽者相) 이는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보살승을 증득하면 자신이 성불하면서 뭇 삶들도 함께 성불한다는 것이니, 여기서는 아상이 사라져 중생의 마음이 없어 더 닦을 마음이 없으므로 다시는 더 수행할 것이 없습니다. 더 챙길 마음이 없다는 것은 욕심 성냄 어리석음으로 이루어진 오염된 중생의 마음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다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오염된 중생의 집착이 사라진 그 자리에 부처님의 마음이 드러나니, 늘 깊고 맑고 고요하여 더 늘거나 줄지 않는 텅 빈 충만 일뿐입니다. 이 마음이 이 세상 모든 마음 가운데 가장 안락하고 행복한 최상의 마음이므로 ‘최상승’이라 부르기도 하고, 이 마음이 부처님의 마음이므로 ‘불승’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불승’은 또한 ‘일승’이라 부르기도 하고 일승과 불승을 합하여 ‘일불승’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다 똑같은 부처님의 한마음에서 부처님을 강조하면 불승이라 하고, 한마음을 강조하면 일승이라 하며, 부처님과 부처님의 한마음을 모두 드러내고자 일불승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불교신문3414호/2018년8월11일자]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삽화=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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