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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에세이] 반포지효

까마귀는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고 기억한다고 한다

어디선가 까마귀가 
까악 까 아악 운다 
당신은 효도를 하였나 
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지성으로 추모를 하였나 

그 울음소리가 마치 
죽비로 내려치는 것 같다

요즘은 집 뒤 학산에 등산과 도서실에서 책 읽으며 소요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산과 책속에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나의 꿈과 행복도 길어진다. 더구나 싱그러운 녹음을 보며, 풀과 나무의 향기에 풍덩 빠져 걷는 숲의 시간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생의 가장 절정의 순간들이다. 순간순간이 최고의 삶이며, 영원한 삶이다. 

어느 날, 두 홉쯤의 묵은 쌀을 새 모이로 갖다 주려고 들고 나왔다. 늘 다니는 길 따라 맨발로 오른다. 디딜 때 마다 고통이 있지만 그 아픔이 질병을 예방해 준다. 학산 중턱 비슬산이 아련하게 보이는 자리에 쌀을 뿌려둔다. 여기는 평소 까마귀와 다른 산새가 잘 날아오는 지역이다. 그렇게 그날은 지나고 다음날 가보니, 먹이의 절반쯤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틀 후 늘 다니는 길이라 그 자리에 다시가보니 먹이는 거반 없어졌는데, 몇 마리의 까마귀가 소나무 위에 앉아 까 악 까악 울고 있다. 내가 가까이 갈수록 더 난리다. 검은 머리를 나에게 향하고, 몇 마리가 함께 울어댄다.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 까마귀들이 나에게 반가운 인사를 하는 것은 아닐까. 까마귀들이 앉아 있는 나무 밑에 서자, 더 크게 입을 벌리고 카 아 악 카 아악 얼마나 울어 대는지. 나는 눈을 치뜨고 까마귀를 올려 보았다. 그러니까 더 머리를 흔들며 아는 체 한다. 그때 나는 까마귀들이 대화를 걸어온다는 것을 느꼈다. 머리를 길게 빼어 나를 향해 숙이고, 주둥이를 한껏 벌려 “까아악˜ 까악˜” 우는 소리는 너무 치열해 등골이 써늘하다. 그렇다고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어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곳을 벗어났다. 차츰 거리가 멀어지는데도 얼마간까지 까마귀 소리는 푸른 숲속에서 가늘게 이어지며 귓밥에 방울처럼 매달렸다. 

까마귀는 어떤 새일까. 역사에 등장하는 삼족오(三足烏)는 세발 까마귀다. 고대 동아시아 지역에서 태양 속에 산다고 여겨졌든 전설의 새다. 해를 뜻하는 원안에 그려지며, 빛을 상징한다. 아마도, 태양의 흑점을 보고 그런 상상이 생겨났는지 모른다. 고대에는 까마귀가 신령스러운 영물로 여겨졌다. 까마귀는 지능이 높고, 보은(報恩)을 하는 새다. 어미 까마귀가 늙어 먹이를 구하지 못하게 되면, 자식 까마귀가 먹을 것을 물어다가 제 어미에게 되먹이는데, 이 습성을 반포(反哺)라고 한다. 반포지효는 바로 까마귀의 반포에서 빌려온 효의 사자성어다. 까마귀를 또 자오반포(慈烏反哺)라고도 한다. 자오(慈烏)는 사랑을 품은 까마귀 이고, 반포(反哺)는 길러준 은혜를 갚는 까마귀다. 어미가 길러준 은혜를 갚은 사랑의 까마귀란 의미이니, 어찌 감동스럽지 아니한가. 

그리고 까마귀는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고 기억한다고 한다. 까마귀는 협동도 하고, 도구도 사용하며, 지능도 상당해 ‘날아다니는 침팬지’로 불리기도 한다. 여기서 까마귀의 장례식을 알아보자. 까마귀는 동료가 죽어 땅에 쓰러지면, 울음소리를 내어 알린다. 그러면 대여섯 마리가, 드물게는 60마리의 까마귀가 모여서 부근의 나뭇가지 등에 앉아 운다. 때론 나뭇잎이나 가지로 죽은 까마귀를 덮기도 한다. 그런 후에 마치 그 죽음을 애도 하듯이 소리 없이 죽은 까마귀를 내려다본다. 이는 실로 감동이고 믿을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이다. 어디선가 까마귀가 까악 까 아악 운다. 당신은 효도를 하였나. 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지성으로 추모를 하였나. 그 울음소리가 마치 죽비로 내려치는 것 같다.

[불교신문3413호/2018년8월8일자] 

김찬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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