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총림 송광사 여름수련법회 현장-‘참 나’를 찾아나선 선재들의 여름나기

지도법사 인석스님이 장군죽비로 수련생들의 졸음을 쫒고 있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23일, 조계산 계곡물을 베게삼아 자리한 송광사(주지 진화스님) 침계루(枕溪樓)에는 재가자들이 ‘참 나’를 찾기 위해 화두를 쫒고 있었다.

제48차 송광사 수련법회가 시작된 것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문을 여는 송광사 수련회는 묵언과 차수는 기본이고 발우공양에 오후불식을 하는 4박 5일간의 빡센 ‘출가’이다.

회사 정년을 앞두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고자 송광사를 찾은 김현광 씨는 “무더위가 가장 큰 마장이라 예상했는데 마치 피서하는 듯 지낼만 하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에너지를 충분히 충전시켜 새로운 사회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첫날 송광사 주지 진화스님은 수련생들에게 발우를 전하는 의식을 갖고 “보조 지눌스님은 행복을 밖에서 찾지말고 내 마음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라고 일깨우셨다”며 “간절한 자기성찰을 통해 마음의 지혜를 얻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올 들어 첫 번째 열린 송광사 수련법회에는 전국에서 75명(자원봉사자 포함)이 송광사를 찾았다. 예년에 비해 나이가 젊어지고 남성이 절반이어서 불교포교의 고질병인 젊은이와 남성 포교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송광사는 금세기 최악의 무더위 속에 열리는 수련법회에 앞서 대형선풍기, 이온음료는 물론 수련장에 차양막을 설치하는 등 갖출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했다.

제48차 송광사 여름수련법회

발우공양과 참선 습의를 마치고 정진에 들어가면서 지도법사 인석스님은 “매사에 마음 씀씀이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자기 생각과 의지, 뜻을 내려놓고 하나하나 자신을 해체하는 과정속에서 참 나를 찾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쉼 없는 정진을 강조했다.

송광사 수련법회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과 108배, 도량청소로 아침을 맞는다. 오전, 오후, 저녁 모두 5시간 30분간의 참선은 물론 기초교리, 반야심경, 보조사상 등 강의도 이어진다. 회향을 앞두고는 1080배 철야정진을 갖고 수료증을 받는다.

그렇다고 힘든 여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정스님의 훈기가 남아있는 불일암을 비롯한 산내암자 순례, 스님과의 차담은 수행하는 이들만이 느낄수있는 활력 쉼표이다.

광명에 살고있는 대학생 김서율 양은 “처음 참선할 때 벌레가 날아와 몸이 가려워 긁어야 할지 당황했었다”며 “있는 그대로 바라보니 가려움과 허리 고통마져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미소지었다. 김 양은 “매사에 즉흥적이기 쉬운 젊은이들에게 참선은 매력적”이라며 “친구들에게 사찰 수련회 동참을 권하겠다”고 말했다.

송광사는 재가자를 위한 특별수행을 수련회나 수련대회라 하지 않고 수련법회라고 한다. 면면히 이어온 승보종찰의 수행가풍을 익히는 법회이기 때문이다.

재가자를 위한 송광사 수련법회는 1971년 당시 조계총림 방장 구산스님이 ‘수련원’을 설립하고 문을 열면서 시작했다. 사찰에서 출가수행자와 같이 정진하는 재가자 수련법회로는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오늘의 송광사 수련법회 프로그램은 1984년 법정스님이 수련원장을 맡아 정착시켰다.

송광사 수련법회장인 사자루는 계곡을 베게삼아 자리해 있어 침계루라고도 한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화두를 쫒고 있는 수련생들
송광사 수련법회는 묵언 차수는 물론 오후불식에 공양은 발우공양을 하는 꽤나 빡센 수련회이다.
제 48차 송광사 여름 수련법회
송광사 수련법회가 열리는 사자루(침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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