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도량은 풀로 뒤덮이고 모기들이 자기들의 세상인 양 날아다닌다. 햇빛 아래만 있어도 살이 타는 듯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 그늘에 있어도 끈적끈적 땀이 배어나온다.

풀을 뽑고 또 뽑아도 돌아서면 또 자라 있다. 잡초만큼 곡식이 자라면 농사짓는 사람들 벌써 부자 됐을 거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닌 듯싶다. 장맛비가 올 때는 비가 와서 못 뽑고, 어른 스님께서 제초제 쓰는 일을 엄격하게 꺼려하시니 잡초 하나마다 손과 호미의 힘을 들여야 한다. 

도량에 사람들은 많건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하는 마당에, 드디어 노보살님 몇 분이 완전무장을 하고 나섰다. 챙이 넓은 모자에 수건을 두르고, 팔에 토시를 끼고 새벽부터 잔디밭에 쪼그려 앉아 호미질을 시작했는데, 그래도 풀은 자신의 자리를 쉽게 내줄 수 없다는 듯 단단히 뿌리를 박고 있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장마에 풀은 성큼 자라 있고, 며칠 땡볕에 땅은 굳어 있으니 풀매기 작업은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질경이와 토끼풀이 왜 그리 많은지 지긋지긋하다. 그렇게 아침 작업을 마치고는 법회에 참석하고 불공을 드린다. 그러고 나면 또 몇 분은 잔디밭에 쪼그려 앉는다. 고행이 따로 없다. 

보살은 원력으로 살고 중생은 욕망으로 산다고 했던가? 그 더위 속에서 풀을 맨다고 해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요, 명예가 따르는 것도 아닐진대, 그에 대한 보상이라면 도량이 깨끗해지고 그만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시원해지는 것밖에 없는데, 새벽부터 그 수고를 아끼지 않는 작업에 욕망이 끼어들 틈은 없다. 극락이 부처님의 원력으로 장엄되는 것처럼 도량은 불자님들의 원력으로 장엄된다.

제발 좀 그만 하시라고, 병난다고, 그러다가 쓰러진다고 말려도 소용이 없는 일. 어른스님께서 출타라도 하시면 몰래 제초제라도 뿌려볼까 하고 나는 목하고민 중이다. 

[불교신문3411호/2018년7월25일자] 

의정스님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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