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투명화로 쌓인 신뢰…교구‧본사 안정 실현

봉선사 사역은 최근 꽤 넓어졌고 잘 정돈됐다. 아름다운 조경으로 거듭나고 있는 봉선사 전경. 

문도대표 참여한 운영위서
주요현안 의견조율해 결정

스님3‧재가6명 재정위 구성
수입지출 등 재정관리 전담

소임자 책임제로 업무 추진
포교 등 전 분야 능률 키워

국립수목원이 있는 남양주 광릉에 위치한 봉선사는 수도권 북부지역의 90여 사찰을 총괄하는 조계종 제25교구 본사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포함돼 있어 청정지역의 자부심이 강하다. 조선시대에는 교종수사찰로써 선종수사찰 봉은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양대 사찰 중 하나였다.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불교운동을 모색했던 월초스님 문도가 이곳 봉선사와 말사에 자리잡고 있다.

25교구는 직할교구, 2교구와 함께 수도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인구밀집 등 지역적 중요성 때문에 최초 교구 획정 이후 추가로 지정돼 25번째 교구가 됐다. 남양주시, 양주시, 파주시, 의정부시, 동두천시, 포천군, 연천군, 가평군 등을 관할하고 있다.

조계종의 유일한 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가 봉선사에서 일가를 이룬 월초스님 등이 사찰의 정재와 사재를 털어 세워졌다. 월초스님의 제자 운허스님은 은사의 유업을 이어 의정부와 남양주지역에 광동학원을 설립했다. 교육을 통한 불교 발전을 꾀한 봉선사와 소속 말사의 노력은 학교법인 동국대학교와 광동학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제25교구는 최근 본말사 재정투명화를 통한 지역내 활동이 부쩍 늘어나는 등 안정적인 교구운영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다. 교구 전체가 월초스님 문도로 구성돼 있는 봉선사는 매년 월초스님 기신재를 열어 선조사 스님들을 기리고 있다. 

교종본찰의 전통과 달리 실제 봉선사는 선과 교가 조화를 이룬 도량이기도 하다. 운허스님이 운영했던 홍법강원의 전통을 이어 1996년 설립된 승가교육기관 능엄학림은 종단내 꽤나 이름이 알려져 있다. 본사내 보림선원 외에도 양평 상원사, 의정부 망월사, 원효사 등 3개의 비구선원과 1개 비구니선원에서는 매 안거마다 납자들의 용맹정진을 장려하고 있다.

제25교구는 선거제도 도입 이후 본사주지와 중앙종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열하게 진행됐다. 단일문도로 구성됐으나 문손들이 늘어나 여러 문도로 분파된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문도간 조율과 합의로 경선 없이 본사주지와 중앙종회의원을 선출하는 등 교구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문도대표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의 역할이 적지 않다. 전 봉선사 주지 인묵스님이 위원장으로 있는 운영위원회는 교구와 본사내 현안에 대한 의견을 종합하고 조율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총림의 임회와 같은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실 월운스님과 회주 밀운스님 등 산중 어른들의 고견을 듣고 논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교구와 본사내 원활한 소통과 대중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규정도 교구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문도 규약, 보림선원 운영규칙, 법당 소임 규칙, 승려노후복지 규정, 종무회의 운영 규정 등 10여개에 이르는 각종 규약은 대중 화합과 원융살림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인기를 끌고 있는 봉선사 템플스테이.청년들을 위한 출가학교도 열고 있다.

교구 안정은 본사의 안정과 직결돼 있다. 2015년 취임한 봉선사 주지 일관스님은 가장 먼저 본사 재정을 분기별로 공개하는 등 재정투명화에 힘을 기울이며 대중과 신도들로부터의 신뢰를 쌓았다.

재정투명화는 25교구와 봉선사의 수입과 지출을 9인으로 구성되는 재정위원회에 맡김으로써 더욱 믿음을 주고 있다. 재정위원회는 총무국장, 기획국장, 재무국장 등 3명의 스님과 신도회 2명, 종무소, 사무실 대표 등 재가자 6명으로 짜여졌다. 교구 대중이나 신도에게는 재정열람권을 부여했다. 또한 모든 지출은 온라인을 통해 지급하고 법인카드를 사용하도록 했다. 재정이 건전하게 운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문화재구역입장료와 주차료 등을 징수하지 않으면서 기도와 불공 등으로 운영되는 원융살림을 실현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관스님은 “본사주지가 재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써 본말사 재정투명화 외에도 스님과 신도간 신뢰가 쌓이게 되고 신도들의 적극적인 사중 활동 참여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교구본사 소임자들의 업무 책임제는 봉선사가 활발한 지역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봉선사는 국장 소임자 뿐만 아니라 종무소와 사무실 종무원들에게 해당 업무에 대한 권한을 늘려 책임감을 키웠다. 본말사가 함께 포교간담회를 열어 노하우와 성과를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이는 군법당 지원을 비롯한 지역내 포교활동, 연꽃축제와 개산대재, 정월대보름 행사,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템플스테이 등 봉선사의 주요 사업과 말사의 참여가 원만히 이어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사 종무소의 말사 지원 서비스가 이에 한 몫 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봉선사 주지 일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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