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국공원에서 단식 중인 설조스님. 2013년에 이어 두번째 단식이다. 설조스님은 1994년 종단개혁 당시 개혁회의 부의장으로 종단 개혁의 현장에 섰으나, 불과 5년 뒤 공동예치해야할 문화재관람료를 개인 통장으로 관리, 인출하는 등의 직무비위로 호계원으로부터 제적의 징계를 받았다. 2003년 부처님오신날 특별사면에서 공권정지10년으로 경감됐다.

우정국공원에서 종단 개혁을 주장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설조스님의 단식이 30일을 넘어섰다. 스님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불교계 언론은 물론 일반 언론까지도 설조스님의 단식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이미 언론들은 ‘88세 노스님의 목숨을 건 의로운 단식’이라며 설조스님을 종단개혁의 선봉에 선 투사 또는 영웅으로 만드는 분위기다.

설조스님은 24년 전 종단개혁 당시 개혁회의 부의장으로 종단개혁의 현장에 섰던 분이다. 당시 의현스님을 지지했던 불국사 주지가 멸빈되자 그 자리를 설조스님이 차지했다. 하지만 1998년과 1999년 초심과 재심호계원으로부터 설조스님은 직무비위 등으로 인해 제적당했다. 불과 수년만에 종단의 병폐에 맞섰던 개혁회의 부의장에서 부패한 권승의 딱지가 붙어 징계를 받는 처지가 됐다.

설조스님은 올해 77세다. 1942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났다. 22살 되던 1963년 새로운 호적을 취적했다. 1931년생으로, 출생지는 전북 김제로 바뀌었다. 호계원은 허위 호적을 근거로 1948년 수계한 것으로 불실기재했다고 파악했다.

공동예치해야할 문화재관람료를 개인 통장으로 관리하고 무단 인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설조 명의의 통장으로 관리한 사실이 적발됐다. 관람료 임의사용 뿐만 아니라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종단에 납부해야할 분담금 28억5000만원도 납부하지 않았다.

불국사 유치원 설립을 명목으로 경락받은 토지와 건축물을 종단의 승인을 받지 않고 주류사업자에게 임대한 사실도 드러났다. 종단법 뿐만 아니라 현행법에도 저촉되는 일이었다. 불국사는 이로 인해 경주시로부터 2억4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설조스님의 단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에도 원로회의 쇄신을 주장하며 자신의 거처에서 단식을 진행한 바 있다. 중앙종회에서 원로의원으로 천거됐다가 직무비위에 의한 징계 등의 사유로 추천이 무산된 후의 일이었다.

설조스님의 ‘비구계 허위’ 주장은 단골 메뉴다. 1998년 초심호계원에서 제적 징계가 내려지자 당시 총무원장 월주스님의 비구계가 허위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3년 단식 때는 당시 원로회의 의장 밀운스님의 비구계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비구계를 걸고 넘어졌다.

설조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음에도 이상하리만치 종단내 반향이 크지 않다. 그 이유가 과거전력과 무관하지 않으며, 개혁을 부르짖을 동량으로는 부족함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설조스님을 개혁투사로 미화시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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