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나라에 도착한 무비스님의 화엄경 책과 박스.

국내에 잠시 입국할 때마다 조계사 건너편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지하 1층에 위치한 불교전문서점에는 일정이 아무리 빠듯하더라도 꼭 들리는 편이다. 2만여 권의 불서와 사경 서적들이 총망라 되어있는 이곳에는 신간서적은 물론이고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서적들을 통해서 포교의 동향까지도 가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교에 필요한 불서와 사경서적들을 한 번에 구매 할 수가 있어서이다. 타국에서 전법을 하다보면 가장 아쉬운 부분들 중 하나가 불교 입문서나 현대 언어로 쉽게 쓰인 불서들이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고 목차를 읽어 내려가며 미국으로 갈 불서들을 고를 때가 참으로 행복하다. 한 권의 불서는 한 사람의 포교사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서를 통해서 부처님도 만나고, 선지식도 만나고, 스님들뿐만 아니라 불자들도 폭넓게 만날 수 있어서이다.

미국으로 돌아갈 때 짐으로 비행기에 실을 수 있도록 23㎏ 이내 범위에서 무게를 맞추다 보면 몇 권 되지 않아도 무게가 초과가 되므로 미국에서 불서를 만나는 일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편 택배로 미국으로 보내는 것이 여러 사람 힘들게 하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만 책값보다도 택배비가 크게 부담이 되어 미안함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들어오는 신도들에게 간혹 부탁을 하기도 한다.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2002년도에 열악하나마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붓다나라(불국사)를 개원하고 포교를 시작했다. 신도들이 일요 법회가 없는 날에도 불서를 통해 불교를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그마한 도서관이라도 마련하고 싶은 원력을 세웠지만 재정이 허락치가 않아서 고심하고 있었다. 그때 대한불교조계종 국제포교사회 대운 김기현 거사님과 고담 이성택 거사님이 약 110권의 불서를 기증해 주셔서 법당 한 켠에 작은 도서관을 운영 할 수 있었고 신도님들뿐만 아니라 교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갔다.

현재 종단에서 붓다나라로 보내주는 불서들은 템플스테이 잡지, 불교신문, 그리고 부처님오신 날이 다가오면 연등회에서 보내주는 봉축관련 포스터나 책자들이다. 오늘은 기쁜 날 이다. 우체부가 라면 상자만한 택배 박스 2개를 무겁다고 법당 안에까지 갔다 주고 갔다. 두개의 박스 속에는 이 시대 대 강백이자 조계종 교육원장을 역임한 여천 무비스님의 <대방광불화엄경 강설(大方廣佛華嚴經 講說)> 81권이 보물처럼 들어 있었다. 

사개월전에 한글로 알기 쉽게 풀이한 대승경전의 꽃이라고 평가하는 화엄경 81권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한국에 있는 도반에게 구입절차와 비용을 상의하고 있던 차에 택배를 받게 된 것이다. 함께 동봉한 서찰에는 “여천 무비스님의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전 81권 완간을 기념하여, 무비스님께서 종단에 기증하신 화엄경을 “사찰(기관) 보관용”으로 발송해 드립니다.”라고 씌어있었다. 

잊지 않고 미국에까지 보내준 그 마음에 무엇으로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감격스러웠다. 알아보니 붓다나라만 법공양을 받은 것이 아니고 미국에 있는 다른 사찰들도 법공양을 받았다한다. 무비스님이 1000질을 조계종에 기증하고, 종단에서는 해외에 있는 사찰에까지 막대한 택배비를 부담하며 보내 준 것이다. 무비스님의 40년 원력이 녹아들어간 <대방광불화엄경>의 가르침이 세계 곳곳으로 부처님 말씀이 퍼져 나가도록 보살행을 통해 포교와 정진으로 회향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욱더 해외포교에 매진해야 되겠다.

 [불교신문3410호/2018년7월21일자] 

선각스님 미국 붓다나라 불국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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