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수장고에 40여 만점 유물 수장, 한국 역사 오롯이

박진우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장이 수장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이 지난 2005년 용산으로 이관한 후 처음으로 수장고가 베일을 벗었다. 박물관은 오늘(7월17일) 배기동 관장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앞서 수장고와 보존과학실, 열람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수장고는 말 그래도 귀한 것을 보관하는 창고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40만 점에 달하는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가 21개나 있다. 우리나라 역사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는 출입부터 쉽지 않다. 3수장고 전실까지 들어서려면 9개의 보안장치를 풀어야 한다. 수장고 대문격인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가 가장먼저 하는 일은 덧신을 신는 일이다. 밖에서 묻히고 온 오염요인들을 최소화하는 의미다. 덧신을 신고 다시 중문을 통과하면 비로소 수장고가 나온다. 6m 층고에 100m가 넘는 복도 양쪽에 19개 수장고가 있다. 도자류, 지류, 금속류 등 재질에 따라 보존환경이 달라 나눠 보관한다고 한다. 외부환경 영향이 적은 도자기는 온도 20℃ ±4 정도, 습도는 50% 정도를 유지한다. 종이 금속류는 비교적 예민해 습도를 잘 맞춰야 한다. 종이류는 마르면 바스러지기 때문에 습도를 60% 가량으로 하고, 반대로 금속류는 45% 정도로 습도를 맞춘다.

이날 공개된 곳은 3수장고로 도자류를 보관하는 곳이다. 이곳에 나무로 직접 짠 격납장 218개가 있으며, 7만3000여 점에 달하는 도자기와 조각들이 보관돼 있다. 온전하게 형태가 남은 도자기들은 별도로 포장하지 않았고, 조각들은 잘 포장돼 플라스틱 상자 안에 보관돼 있다. 유물은 따로 분류하기보다 들어오는 순서대로 수장된다고 한다. 유물마다 번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번호로 색인할 수 있다. 유물을 보관하는 장은 성인키보다 큰 데 6단으로 짜였다. 뼈대는 미송이고 판재는 오동나무로, 못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결구방식으로 짜 유물훼손을 최소화했다고 한다.

유물 수장률(收藏率)은 80%에 달한다. 박진우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장은 “수장률이 높아지면서 4개 수장고는 복층으로 만들어 수장 면적을 높일 것”이라며 “수장고 층고가 높아 2개 층으로 만들어 유물을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이 야심차게 공개한 두 번째 공간은 열람실이다. 기존에 6평 규모로 작은 공간을 대폭 확대해 올 초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열람실은 40평 규모로 3구역으로 나눠져 있어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하루 최대 9팀이 참여할 수 있다. 열람실은 박물관 소장 유물을 열람하는 공간으로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연구자부터 사용할 수 있다. 소장유물열람 허가신청서와 관련서류를 제출해 허가를 받으면 열람실에서 유물조사와 사진촬영 등이 가능하다. 천주현 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전시 중인 유물과 휴지기에 들어간 회화류만 아니면 국보, 보물 등 모든 유물을 볼 수 있다”며 “3m 규모의 불화도 충분히 열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존과학실에서 학예연구원들이 관음보살좌상 CT 촬영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배기동 관장은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는 의미에서 이(e)뮤지엄을 통해 올 상반기까지 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소장품 11만4000건을 공개하고 열람실도 공간을 넓히고 기회를 확대했다”며 “모바일 환경도 개선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종합병원’이란 별칭을 떠올리게 하는 보존과학실도 공개됐다. 현재 보존과학실에서 17억 원 정도의 독일제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사용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CT와 유사한데, 사람이 아닌 문화재를 진단하는 기계다. CT촬영은 문화재 보존처리분야의 혁명적인 존재나 다름 없다. 기존 엑스레이 촬영으로는 알 수 없었던 유물 내부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주기 때문이다. 불상을 예로 들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복장유물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위여부도 판단가능하다. 목조불상의 경우 내부 벌레 먹은 것까지도 확인될 정도니 정밀함을 짐작할 수 있다. 유혜선 보존과학부장은 “보존과학은 의료와 유사하다. 문화재도 사전진단이 정확해야 복원할 수 있고,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진단과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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