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바람이 향내를 실어와 마음을 달래줄 때,
나는 산 정상에 앉아 모든 무지를 흩날려 버릴 것이다.
- <장로니게> 중에서
오월은 푸르게 자랐고, 유월은 녹음이 짙더니, 칠월은 숲도 계곡도 가 닿지 못할 만큼 깊다.
키 작은 관목들과 키 큰 소나무가 섞인 오솔길이 날로 좁아지더니 둘이 걷기엔 이미 틀려버렸다. 목적을 놓아버린 포행의 발걸음도 혼자라는 사실도 계절 따라 성숙해졌다. 지나던 다람쥐는 몇 번이나 속으로 간절히 불러도 마음으로만 나를 엿보았다. 손에 잡힐 듯 얼쩡거릴 뿐 가까이 다가와주지 않았다. 저도 외로움을 즐길 줄 알았다.
지나가는 모든 것들은 그렇게 과거가 되었다. 그러나 과거가 되어버리는 모든 것들은 돌이킬 수 없는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찰 주위를 아침 포행을 하며 드는 짧은 생각, “이 좋은 데 살면서 늘 잊고 지내는구나!” 싶었다. “한 세상 살면서도 그러하구나” 하였다.
[불교신문3409호/2018년7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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