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새도 모르는 국회의원 활동비
불교도 정부보조금 제대로 쓰는지
신도보시금은 정확하게 사용하는지
삼보정재 청정함 다지는 계기 삼아야

세상을 읽는 코드 가운데 하나는 돈이다. 많은 이들은 돈에 대해 대놓고 얘기하지 않는다. 마치 자신은 돈에 초연한 듯이 말한다. 그럴듯한 다른 명분을 내세운다. 때로는 ‘돈’을 말하는 이들을 경멸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실상 많은 이들은 돈에 대해 말한다. 입이 아닌 머리로 말이다. 때문에 때로는 상대방이 말하는 말의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 말하는 내용과 원하는 내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면에 “문제는 돈이야!”라는 코드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 사실 우리 조상들은 진작부터 이를 간파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라도 일단 배가 든든해야 눈에 들어온다는 얘기다. 당장 목구멍에 거미줄 치게 생겼는데 고상한 이야기가 귀에 들릴 리 없다. 

참여연대가 지난 5일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분석 보고서 - 국회의원 쌈짓돈, 특수활동비 폐지해야 할 7가지 이유>(총 59쪽)를 발표했다. 3년간 국회가 사용한 특수활동비 239억원에 대한 내역을 공개했다. 내용이 충격적이다. 국회의원들이 국민 세금을 그야말로 쌈짓돈처럼 쓴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외국 방문길에 나서면서 각각 7천283만원과 5천86만원을 받았다.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매월 4천만원 이상을 받았다. 국회 상임위원장들은 매월 6백만원, 윤리특위 예결특위 등 특위 위원장들도 매월 6백만원씩을 받았다. 국회의원들도 정책개발비 명목으로 매월 50만원을 받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똑같았다. 특수활동비는 또 국회의원들의 회의 진행비, 경조사 화환, 의원 회식비 등에도 쓰였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국회 특수활동비 쓰임새는 이런 원래 목적에 비춰볼 때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특수활동비는 국가정보원 같은 정보 수사 기관에 주로 필요하지 국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예산이다. 그 동안에도 여러 차례 이와 관련해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스스로 자신의 목에 방울을 다는 개혁에 소극적이었다. 그나마 지난 정세균 국회의장 시절에 국회 특수활동비 규모가 절반인 40억원 수준으로 줄인 것이 성과였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상임위원장 등 ‘자리’를 놓고 다투는 이면에 ‘돈’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당선 선수에 맞는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이런 현실적인 부분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국회의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는 이런 분석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기에 자녀 유학비나 생활비 등으로 써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드러난 적도 있다. 한마디로 ‘깜깜이 예산’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는 특수활동비를 없애고 필요하면 국회 예산에 넣어서 철저히 그 쓰임새를 검증 받아야 한다. 어디에 국민 세금을 썼는지 영수증을 첨부하고 결산을 철저히 해야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이런 사태가 불거지면 비판을 하기는 쉽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를 냉철히 들여다보고 자신의 살을 깎는 변화를 주기는 참으로 어렵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불교계 안에서도 소중한 삼보정재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정부 보조금은 목적대로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신도들의 보시금은 정확하게 불사에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종교계는 어느 집단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곳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하지 않은가. 국회 특수활동비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사부대중 스스로가 ‘돈’과 관련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더욱 청정함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불교신문3409호/2018년7월18일자] 

소종섭 논설위원·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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