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에 예멘 출신 난민 500여명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난민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리고 “난민법을 폐지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 게시물이 역대 최대 규모로 달리는 등 갈수록 여론이 악화되며 분노의 화살은 정부를 향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난민문제는 유럽 등 서양과는 달리 우리 국민들에게 ‘남의 나라 일’로 치부됐던 낯선 이슈다. 더욱이 최근 경제 불황 속에서 교류가 많지 않은 이슬람이라는 친숙하지 종교인들의 방문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진보논객인 유시민 작가도 JTBC 교양프로그램 ‘썰전’을 통해 “우리도 난민을 많이 발생시킨 민족이고, 외국으로부터 엄청난 도움을 받았다”면서 난민 문제의 근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게 참 말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난민을 향한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이 넘치고 있는 것은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난민이 집단성폭행을 모의했다”거나 “이슬람에선 여자아이를 강간해도 된다”는 등의 괴담이 퍼지고 있는 것은 난민문제의 본질과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는 최근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종교계가 나서 난민들에 대한 자비를 호소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국민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는 미지수다. 

자신의 나라를 떠난 난민들은 환영받지 못한 타국에서 언제나 약자였다. 최근 실종됐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한 태국의 유소년 축구단 코치와 일부 선수들도 무국적 난민이다. 물론 자국민의 치안과 ‘가짜난민’ 불법체류 방지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지만, 인권을 무시하고 허위사실을 통해 모든 난민들을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사회는 “스스로 나그네가 돼 구도자의 길을 떠났던 부처님은 ‘존재하는 모두가 부처’라고 말씀하셨듯이 피난처를 찾아 이곳까지 온 난민들이 곧 부처님”이라는 종교계의 성명서 구절에 귀 기울일 시점이다. 

[불교신문3409호/2018년7월18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