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론

가츠라 쇼류, 고시마 기요타카 지음·배경아 옮김/ 불광출판사

일본의 불교학자들 뜻 모아
‘제2의 붓다’로 불리는 용수
대표작 ‘중론’ 현대어로 완역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오랜 역사적 흐름 파악하고
요점 정확히 짚어낸 ‘안내서’

가츠라 쇼류 일본 히로시마대 명예교수와 고시마 기요타카 일본 붓교대학 강사가 용수의 저서 <중론>을 현대의 언어로 완역한 책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했다. 사진은 인도 아마라바티 대탑 초입에 건립된 나가르주나상. 불교신문 자료사진

기원후 2∼3세기경 남인도에서 활약하며 ‘대승불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용수(龍樹, 나가르주나). 바라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불교에 귀의해 출가한 후 당시 인도의 학설이나 대승·소승의 불에 정통한 불교학자로 여러 차례의 논쟁을 통해 많은 왕족과 브라만들을 불교에 귀의시켰다. 특히 그는 인도를 포함한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근대에 이르러 서양 철학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불교 논서 중 하나인 <중론>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중론>은 부처님의 설파한 진의를 명확히 밝힌 논서로 용수를 ‘제2의 붓다'로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중론>이 세계 사상사에 한 획을 긋고, 서양 사상가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의 언어가 갖는 필연적 허구성을 ‘공(空)사상’으로 정밀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날카로운 논리로 언어의 모순을 지적해 ‘있음(有)과 없음(無)’ 등의 양극단을 부정하는 논법 형식은 현대 논리학과 언어철학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중론>이 나온 후 지난 2000여 년 동안 인도와 중국, 티베트의 많은 스님과 학자들이 ‘용수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주석과 해석을 내놓았지만, 운문 형식의 축약적인 표현이 주는 난해함과 내용 이해를 위한 방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한 만큼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불교논리학자이며 범어학자인 일본의 가츠라 쇼류 박사와 용수 연구의 권위자인 고시마 기요타카 박사가 최근 <중론>을 현대의 언어로 완역해 눈길을 끈다. “근대 불교학자들의 <중론> 연구논문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이러한 수많은 견해가 오히려 <중론>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한 있는 이들은 <중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랜 역사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요점을 정확히 짚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용수의 사상·저술·생애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중론>의 복잡한 역사적 실타래를 풀고,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한 내용을 알려준다. 여기에 산스크리트어 원전의 현대어 번역과 게송마다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개요를 붙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와 더불어 용수의 생각과 삶, 그리고 그가 저술했다고 알려진 많은 문헌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더욱이 용수의 업적을 이해하기 위한 당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언급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들에 따르면 부처님 사후 500년여 년이 흐른 시점에서 불교 교단은 분열하여 저마다의 교리 해석에만 몰두했고, 기존의 인도 베다교 무리는 불교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불교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도전해왔다. 불교 입장에서 보면 온통 사상적 논쟁만이 난무할 뿐 붓다의 본뜻은 점차 훼손되던 시기였다. 이때 이타 행위를 강조하는 보살사상과 함께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대승불교 운동이 서서히 전개되기 시작했고, 용수는 바로 그 시기에 활약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아직 대승이 대승으로 불리기 직전의 시대, 공성(空性)을 무기로 갖춘 용수의 저서 <중론>은 불교 교단뿐만 아니라 베다교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더욱이 <중론>은 대승불교의 지향점과 많은 부분이 일치했고, 이후 대승불교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혁혁히 해낸다. 이 점이 용수가 ‘대승불교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이유라는 것이다.

하지만 용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신화적이고 영웅적인 인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또한, 여러 대승불교 문헌의 저자로 알려지면서 ‘용수문헌군’이 출현하기에 이른다. 저자들은 “어디까지가 사실이며 무엇이 진정한 용수의 저술인지 아직도 의견은 분분하다”면서 “이러한 다양한 용수상(龍樹像) 속에서 어쩌면 용수는 ‘개인’이 아닌 ‘문화 현상’으로 파악해야 하는 대상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용수의 저술로 알려진 문헌과 신화적인 용수의 모습을 함께 조명하며 당시의 시대상과 <중론>의 진의를 새롭게 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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