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병은 군불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사진은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주최로 진행된 육군 불교 군종병 집체교육 모습.

세상에서 가장 힘든 군대 생활이 있다. 바로 ‘내 군생활’이다.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편한 군대 생활이 있다. 다름 아닌 ‘네 군생활’이다. 군대를 다녀온 혹은 현재 군 복무 중인 남자들은 누구보다 힘들었던 ‘내 군생활’의 서사시를 읊어 내린다. 열 권짜리 대하소설도 그보단 짧을 것이다. 필자 역시 도반 스님들과 모인 자리에서 특전사의 군종장교로서 공수훈련의 썰을 풀다가, 7년여 간 특전사 간부생활을 했던 스님의 등장으로 구업(口業)을 멈춘 적이 있다.

반대로 누구보다 편해 보이는 ‘네 군생활’을 폄하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각자의 보직(직책)을 소위 ‘꿀보직(꿀을 먹는 것처럼 아주 편한 직책)’이라 부르며 폄하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꿀보직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군종병’이다. 군종병이란 군종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병사를 지칭하는 말인데 주로 종교시설에서 군종 관련 행정업무, 종교행사 준비 및 진행 등을 도맡는다. 군종병은 매우 바쁘고 중요한 자리다. 하지만 일반 병사들은 평일에는 군종병의 업무를 보지 못하고, 일요일 종교행사에서만 보다보니 군종병은 일주일에 한 번만 일하는 아주 편한 자리라는 오해를 한다. 그러나 사실 군종병은 매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군승을 도와 법회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때에 따라 목탁 집전을 하기도 한다. 또 법당 행정이나 재정에 관한 부분도 처리해야 하고, 군종과 관련된 부대 업무도 병행해야 한다. 거기에 군종법사들이 실시하는 교육이나 상담 등의 업무 준비도 맡는다. 전투현장에서는 총을 휴대하지 않는 군종성직자를 보호하고 전투 중 종교업무를 지원하는 것도 군종병의 업무이다. 이처럼 군종병은 군승들이 담당하는 설법과 기도집전을 제외한 모든 업무들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군종병은 군불교에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그동안 군포교가 꾸준히 성과를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은 군승과 군종병의 역할이 크다. 실제로 군종병의 포교에 불자가 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불교 군종병의 경우 지원자가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전국에는 약 400여 곳의 군법당이 있지만 군종병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약 100여 명이다. 타종교의 경우 군종병 지원률이 매우 높은데 반해, 불교는 청년 불자의 감소 탓인지, 홍보 부족 탓인지는 몰라도 선발인원보다 적게 지원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불자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아직 입대를 하지 않은 주변 청년 불자들에게 군종병을 홍보하고 권한다면 지금의 군종병 수급 문제는 금방 타개될 것이다. 군종병이야말로 같은 눈높이에서 또래들과 소통하며 포교할 수 있는 매우 귀한 자원이다. 

불교 군종병으로 군복무를 원한다면 특기병으로 입대해야 한다. 불교 군종병 자격 요건은 불교 관련 전공학과(불교학과) 1년 이상 수료자, 수계 받은 지 5년 이상자, 신앙생활 5년 이상자 등으로 이 중 한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 서류심사와 선발 면접을 거쳐 군종병으로 선발되면 전국 군법당에 배치돼 군복무를 수행하게 된다.(군종병 신청 방법 : 병무청 홈페이지 참조)

[불교신문3408호/2018년7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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