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제따와나선원, 주민 반대위 비합리적 요구에 ‘골머리’

춘천 제따와나선원이 일부 주민들의 억측과 도 넘은 주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선원 입구를 막아놓은 모습.

서울에서 초기불교의 가르침과 수행법을 전파하던 제따와나 선원장 일묵스님은 올 초 강원도 춘천으로 거처를 옮겼다. 부처님이 <금강경>을 설한 기원정사의 산스크리트식 명칭인 ‘제따와나’ 이름처럼 인도 기원정사의 모습을 그대로 본 따 새 도량을 불사한 것이다.

파키스탄에서 직접 수입한 벽돌 40여 만 장으로 만든 춘천 제따와나선원은 기존 한옥 구조의 한국불교 사찰의 모습을 과감히 깨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최대 50명이 함께 숙식하고 집중 수행하는 공간에서 부처님 가르침 원형을 살리고자 하는 일묵스님의 뜻도 담겨있었다.

그러나 이 곳은 지금 일부 지역 주민들의 ‘납골당을 짓는다’는 왜곡된 주장과 도를 넘은 행동으로 멍들고 있다. 오는 9월 개원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제따와나선원을 오늘(7월12일) 직접 찾았다.

건설 노동자의 말실수로 시작된 오해
납골당 아닌 수행시설이라 밝혔지만
반대위 측 주민들에게 왜곡정보 전달하며
억측과 비합리적인 주장만 반복

폭력적·비난일색 현수막 내걸고
선원 입구 도로 막아놓기까지
수행도량으로 역할 불가능

폭력적이고 원색적인 비난 일색의 현수막이 선원으로 가는 길 곳곳에 걸려있다.

강촌 IC에서 선원이 있는 박암리에 들어서자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문구 일색의 현수막이 먼저 반겼다. ‘토막내자 박살내자 제따와나’ ‘총 단결 총 투쟁으로 선원을 초전박살’ ‘돈에 눈 먼 땡중’ ‘일묵이는 사기꾼 박살내자’ 등 원색적인 비난 문구로 가득하다. 굴삭기와 커다란 돌로 도량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을 막아놓기까지 했다.

선원 인근에는 집회장소를 마련해 대형 앰프와 스피커로 하루 종일 노동가요를 재생하고 있었으며 절 입구 앞까지는 죽은 사람을 애도할 때 쓰는 ’만장‘을 줄지어 세워놓았다.

이같은 모습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한 기업이 제따와나선원 앞 쪽 부지에 수행시설을 신축해 보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건설허가를 위한 행정절차 진행 중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신축하려는 선원이 '납골당‘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선원 입구를 돌로 막아놓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확인해보니 공사 준비를 위해 현장에 방문한 건설노동자 중 한 명이 선원을 잘못 표현해 추모원이라고 말한 것이 소문의 발단이었다. 실제 기업에서 보시하겠다고 준비 중이었던 시설의 관련서류를 살펴보니 선원과 숙소동으로 이뤄진 명백한 수행공간이었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몇몇 주민들은 ’박암리 추모원 반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투쟁에 나섰다. 작은 오해로 사건이 커지자 제따와나선원은 애초부터 납골당을 세울 계획도 아니었지만 지역 주민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 신축 계획을 취소하고 기업의 보시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밖에도 수차례 오해를 풀기 위해 반대 대책위와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 등 노력을 다했다. 문제는 반대 대책위가 마을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왜곡 전달해 마을 내 혼란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문제 해결보단 갈등 조장이 목표?
합리적 대안 제시해도 비상식적 행동 요구

이날 만난 반대 대책위 사람들은 제따와나선원에 3가지를 요구했다. △신축 계획했던 부지에 향후에도 선원과 납골당을 짓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쓸 것 △보시하려 했던 기업으로부터 해당 기업이 보유한 부지에 선원이나 납골당을 짓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을 것 △선원으로 들어가는 도로확장을 위해 토지를 보유한 지주들을 만나 요구상황을 듣고 이행할 것 등이다.

이에 일묵스님은 “시청에 건축허가를 내기 위해 제출한 건축계획서에도 명시돼 있듯이 납골당 같은 혐오시설이 아닌 선원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추후에 용도를 변경해 추모시설로 이용하면 어떡할 것이냐’는 억측만 반복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선원 주변에는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한 깃발인 만장과 비난 일색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또한 “제따와나선원 명의로는 확약서를 쓸 순 있지만 해당 기업의 약속을 받아내라는 것은 법적으로도 효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보시자와 보시 받는 스님 사이의 도의로서도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도로를 확장할 법적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길을 넓히기 위해 반대 대책위에 소속된 사람이 지주로 있는 토지를 매입하라는 식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춘천 제따와나선원 전경. 인도 기원정사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했다.

-마을 주민 전체의 의견? 이웃종교인과 외부인이 주도

반대 대책위는 “마을 주민들을 위한 정당한 요구”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 모습은 다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따와나선원 측에서는 현재 반대 대책위가 5명 남짓한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춘천 남면 사무소에 확인결과 박암리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반대위 활동을 위해 이곳으로 출퇴근한다는 반대 대책위원장 박 모씨와 마을 내 교회 목사인 반대위 총무 이 모씨가 중심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반대위 총무 이 모씨는 “펜션 같은 시설은 되지만 더 이상 불교시설은 안된다”는 의견을 펼치기도 했다. 남면 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박암리에는 1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최근 반대위 측에서 열고 있는 집회에는 대략 30명에서 40여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시위 인원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는 전언이다. 더구나 일부 마을 주민들은 매일 크게 틀어놓은 노동가요로 인한 소음과 통행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따와나선원장 일묵스님은 왜곡된 사실이 바로 잡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일묵스님은 “그간 부처님 가르침대로 사는 수행자로서 반대 대책위의 요구 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실행해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자꾸 우리 측에서 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요구만 하고 있다”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파사현정의 자세로 향후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왜곡된 사실이 바로잡혀 진실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춘천=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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