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회지원, 법당정비, 행정, 상담 군 포교 기둥

업무 다양하고 역할도 많아
주지법사의 든든한 동반자

불교자질 갖춘 지원자 부족
다른 종교 지원 경쟁 치열

청년불교 활성화 주역 기대

군종병에게 불교 예절을 가르치는 군승 모습

군종병의 역할과 분류

군종병은 군대에서 종교업무를 담당하는 병사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군종병 이미지는 사찰에 거주하면서 법사를 도와 법회를 준비하고 사찰을 관리하는 병사로 많이 인식한다. 틀린 답은 아니지만 군종병은 그보다 훨씬 많은 업무를 하며 형태도 다양하다.

절이나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 대부분의 군복무를 하는 병사를 ‘주특기 군종병’이라 부른다. 운전병이나 행정병처럼 입대할 때에 군종병으로 선발된 병사라는 뜻이다. 불교 주특기를 받아서 근무하는 병사가 현재 100여명이다. 주특기 군종병으로는 불교 외에도 기독교(개신교), 천주교 군종병도 있다. 가장 늦게 군에 성직자를 파견한 원불교는 현재 3~4명의 군종병을 두고 있다. 

평소 일반 병사로 근무하다가 주말이나 평일 저녁 법회에만 합류하여 법회를 도와주는 군종병도 있다. 이처럼 2중 보직으로 근무하는 불교군종병은 주특기 군종병 보다 부대별로 5~10배 더 많다. 군종병은 법회를 준비하고 법당을 정비하는 업무 외에도 종교와 관련된 각종 행정업무도 맡는다. 

또 주지 법사를 대신해 병사 상담업무에 투입되기도 한다. 군인의 본분인 전투현장에서는 총을 휴대하지 않는 군종성직자를 보호하고 전투 중 종교업무를 지원하는 것도 군종병의 업무이다. 이처럼 군종병 업무는 군종장교 업무에 버금갈 만큼 다양하다. 혹자는 설법과 기도집전을 제외한 모든 업무는 군종병도 함께 한다고 평하기도 한다.

불교군종병 현황

이렇게 군포교 현장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불교 군종병의 현황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타종교에 비해서 숫자가 적고 불교 지식, 습의 등에서 보강해야할 점이 많다.

우선 다른 종교에 비해 자원, 즉 인재 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개신교는 10년 이상 교회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던 청년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군종병으로 임명되어 활동한다. 천주교는 대부분의 군종병들이 예비 신부인 신학생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선발과 동시에 교회와 성당에서 능숙하게 종교 및 다양한 행정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청년들이다. 

반면 불교는 군종병 지원자가 거의 없고, 지원자도 법회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거나 기초 지식을 갖춘 청년을 찾기 힘들다. 대부분의 불교 군종병이 군 법당에 들어와 처음 반야심경을 독송하는 현실이다. 이는 청소년 포교, 유소년 포교가 무너진 결과다. 남자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사찰에 다니며 불교 의식과 문화를 익혀 청년이 되어 군종병을 지원해야하는데, 그 과정이 무너지다 보니 불교 군종병에게 반야심경부터 가르쳐야 하는 비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불교군종병 정책

일반 사찰에서 손 놓은 유아 청소년 포교의 짐은 고스란히 군포교 현장에 전가된다. 군종병을 찾아 천리행군과 같은 수고를 해야하고 어렵게 찾는다 해도 처음부터 가르치고 관리하는 임무가 군승들에게 주어진다. 그러나 군승들은 이를 묵묵히 수행한다. 군종교구와 군승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기에 군 포교 현장에서는 그나마 천주교를 누르고 기독교와 대등한 입장에서 청년들과 마주하는 것이다.

군종병 교육에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는다. 매주 열리는 법회와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군종병들을 타종교에 비교하여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육성하는 것이 군포교의 주요한 목적중 하나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종병 집체교육’이다. 과거 각 부대별로 시행하던 교육프로그램이 군종교구 출범 이후 교구의 주요사업으로 조직되어 통일된 교재와 프로그램을 제작, 시행한다. 

특히 2013년에는 ‘출가활성화 정책’의 주요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종단의 주목을 받았다. 군종병 집중교육 프로그램은 기초불교교리에서부터 올바른 사찰예절, 사찰관리법, 법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방법이나 종교편향에 대한 법적 대응 등의 10여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교육을 통해 불교적 소양이 부족한 병사들도 능숙하게 군법회를 지원할 수 있는 적극적 불자로 이끌어내는데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군종병 집체교육’이 행정적인 부분에 중점을 둔 정책이라면 ‘나란다 축제’의 일환인 교리경시대회를 대비한 교리교육은 종교 내면을 강화하는데 기여한다. 군단급 부대에서 활동하는 한 군승은 “올해로 7년째 시행하는 군장병 대상 나란다축제는 일반장병들에게 불교교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였고 군종병들에게 심화된 불교를 교육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호평했다. 군종교구는 “보다 체계적인 군 장병 대상 교리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일회성 행사가 아닌 연중 지속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종병과 청년 불교

지난 5월 대학생불교연합회와 군종교구가 군종병 관련 협약을 맺었다. 군종교구 부교구장 남전스님은 “최근 다시 활성화되는 대불련 활동과 연계하여 대불련 출신 청년들이 더 많이 군종병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협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협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청년 불자 모임이 있지만 이들은 군종병에 관한 정보가 없다. 전국 400여 군 사찰은 청년불자를 군종병으로 맞이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서로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인적 교류를 맺어 군 포교와 청년불교를 활성화 하는 일거양득의 성과를 거두고자 군종교구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청년불자가 군에서도 신심을 갖고 포교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매개체가 군종병이다. 청년불자들은 군종병 경험을 통해 신심을 더 돈독히 다지고 포교 경험도 익히며 금강석 같이 단단한 불자로 거듭난다. 군종병으로 복무하며 불교에 새롭게 눈을 떠 출가의 길을 걷는 수행자가 많은 것도 군종병 경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청년불교 단체가 군불교 현장과 군종병을 주목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0대 이상의 청, 장년 불교모임도 중요하다. 전국 군법당은 매년 최소 200명에서 많게는 4~500명의 군종병 출신 청년불자를 배출한다. 이들은 군 생활 동안 매주 법회를 주도적으로 준비한 경험이 있다. 그 중 일부는 목탁을 들거나 마이크를 잡고 직접 법회를 이끌기도 한다. 주특기 군종병의 경우 장병대상 법회 뿐 아니라 일반 신도들 대상으로 하는 재일기도나 수계법회 같은 특별행사 준비와 행정지원도 능숙하다.

이처럼 군종병은 군 의무 복무를 여러 청년 중 한 명이 아니라 청소년과 청년 불교를 잇는 가교이자 청년불교를 주도할 인재이다. 이들의 중요성과 활약에 불교계가 주목하고 관심을 쏟아야하는 이유다. 한 예비역 군승은 “군에 있는 동안 100 여회 이상의 설법을 통해 내공이 쌓인 청년 불자들은 청년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활력소이자 불교 지도자 자질을 갖춘 인재”라며 “한국불교가 청년 불자가 없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군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면 청년불교의 열쇠가 그 곳에 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감수: 대한불교조계종군종교구 부교구장 남전스님>

집전을 배우는 군종병

■ 군종병 어떻게 선발하나

“불교입문서 읽고 지원하길”

‘불교 군종병’ 특기로 군복무를 원하면 병무청에 신청하여 소정의 절차를 거치면 군종병으로 선발돼 전국 군법당에 배치된다. 자격요건은 아래 세 가지가 있는데 이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 “불교 관련 전공학과(불교학과) 1년 이상 수료자, 수계 받은 지 5년 이상자, 신앙생활 5년 이상자”

구비서류는 “최종 학력증명서 1부(고졸자에 한함), 고교생활기록부 사본 1부, 수계증명서 1부(해당자만 제출), 종교활동증명서 1부(종교활동기간과 성직자가 자필 서명 또는 종교기관 관인은 반드시 포함), 각종 자격증 사본 1부(해당자만 제출).

대불련 활동을 한 학생은 군종교구와 협의를 통해 추천서를 발급받아 첨부할 수 있다. 선발면접은 기본 교리지식을 알아본다. 군종교구는 “불교입문서를 몇 차례 정독하면 충분히 답변 가능한 난이도”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조계종 군종교구에 전화문의하거나 병무청 홈페이지에서 군종병 지원안내를 검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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