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혁신위, 총무원장 스님 사유재산 의혹 ‘고건축박물관’ 실사

의혹규명위 위원들이 고건축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조계종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위원장 밀운스님) 산하 의혹규명위원회가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100억원대 사유재산’이란 의혹이 제기된 덕숭총림 수덕사 인근 고건축박물관을 7월4일 현장 실사했다. 실사를 통해 고건축박물관은 수덕사가 사찰건축문화를 알리는 등 포교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총림 차원에서 매입한 시설이라는 결론을 냈다. 직접 가보니 사실상 박물관이 아닌 중형 규모 이상의 사찰이었다.

사찰건축문화 알리는 등
포교거점으로 활용할 가치 충분
4월말 수덕사로 소유권 이전 완료

아울러 설정스님이 박물관에 대해 매매가등기를 한 이유는 경매로 제3자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음이 거듭 확인됐다. 박물관은 지난 4월27일 수덕사로의 소유권 등기 이전을 완료했다. 이때 설정스님은 자신 소유의 토지도 수덕사에 기증했다. 박물관과 관련해 스님의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수덕사 황하정루에서 열린 브리핑.

현장실사는 수덕사 주지 정묵스님의 브리핑으로 시작됐다. 수덕사 측은 A4용지로 8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자료집을 준비했다. 고건축박물관 인수개요, 재산현황, 운영현황, 건축물 및 전시물 현황, 향후 활용계획과 함께 각종 입증서류들이 묶였다. 

한국고건축박물관은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있다. 수덕사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다. 국내 유일의 고건축 분야 박물관으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상단에 바로 뜬다. 설정스님의 친형인 전흥수 중요무형문화재 37호 대목장이 IMF 경제위기가 터진 직후인 1998년 10월24일 전 재산 100억원을 들여 고향 땅에 야심차게 지은 건물이다.

100억원대 사유재산?

'가등기권'은 매매 우선권일 뿐
설정스님 개인 소유 토지까지 증여

이후 전 씨가 운영난과 자금난을 겪으며 4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빚을 졌다. 결국 2010년 8월 법원 경매로 넘어가게 됐다. 정묵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사정이 급해진 전흥수 대목장이 자신의 성취가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동생인 당시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에게 고건축박물관을 수덕사가 사줄 것을 요청했다. 설정스님은 고건축박물관을 향후 수덕사의 전법도량으로 활용하고자 인수를 결정했다. 먼저 경매를 통해 불교와 상관없는 이들이 차지하는 걸 막고자 2014년 10월21일 자신을 매매가등기권자로 설정했다.

현황과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수덕사 주지 정묵스님.

2015년 12월 전 주지 옹산스님과 지운스님, 현 주지 정묵스님이 머리를 맞대고 인수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수덕사엔 이를 떠안을 돈이 없었다. 정묵스님은 “매매 증여 투자 등 다양한 인수방식을 검토했으나 재정적 한계로 인해 인수를 당장은 보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가등기 권리시한인 2018년 10월 이전에는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단 남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손을 쓴 뒤 후일을 기약한 것이다. 

수덕사 주지 정묵스님은 “설정스님은 ‘불교의 미래유산인 고건축박물관이 교회나 타종교가 갖게 되는 건 차마 볼 수 없다’며 수차례 밝히셨다”며 “아무리 가족의 곤란이라도 차라리 못 본 척하고 외면했다면 이런 구설수에 오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50억 원 기채승인...종단에 빚 떠넘겨?

부채 상환은 전적으로 수덕사 책임
주지 정묵스님 "연간 2억 원 별도예산 수립
인수 결정은 미래가치 본 총림 차원 결정
1년에 5억 원씩 모아 갚아나갈 것"

고건축박물관은 지난해 10월 설정스님이 35대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한 직후 해종언론으로 지정된 인터넷매체가 ‘사유재산’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 이미 2015년 12월 가등기권리시한인 2018년 10월 전에 인수를 하기로 문중 어른들이 합의한 상태다. 총무원장 선거와는 전혀 무관하며 선거 이전부터 진행되던 사안인 셈이다. 

정묵스님은 “인수방안을 마련해보라는 설정스님의 지시에 박물관 현황을 살피고 난 뒤 미래가치를 보고 오히려 내가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게 됐다”며 “고건축박물관 매입은 스님의 개인적인 재산축적이 절대 아니며 포교에 필요한 일이라는 공감 속에서 총림 차원에서 합의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고건축박물관 내 제1전시실.

현재 고건축박물관은 수덕사 소유다. 지난 4월26일 설정스님과 정묵스님, 전흥수 대목장과 아들 전욱진 씨 등이 참여한 가운데 매매 및 증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통해 수덕사는 전 씨의 소유 토지 12필지와 건축물 13동을 매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설정스님은 자신 소유 토지 2필지를 수덕사에 증여했다. 대신 수덕사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전흥수 대목장이 진 부채를 갚아줬다. 계약총액은 44억1532만4190원.

단, 수덕사가 은행에서 빌린 44억원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이 50억원의 기채승인을 해준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기채승인은 '빚보증'이 아니다. 황충기 총무원 재무차장은 “기채승인은 수덕사가 부채를 갚지 못할 경우 총무원이 대신 갚는 것이 아니라, 종단 소속 사찰의 재산변동을 감독할 권한이 있는 총무원장이 ‘이 사찰은 얼마까지 빌려도 좋다’고 허락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명시했다. 

총무원이 부담해야 할 책임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수덕사 주지 정묵스님은 부채상환 계획을 소상히 밝혔다. “박물관 자체 운영수입을 비롯해 지자체의 보조를 받기로 했으며 수덕사가 별도로 연간 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며 “1년에 5억원은 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법전 규모의 중앙 건물.

한편 박물관의 가치가 100억원으로 부풀려진 까닭은 2009년 감정가액이 92억원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위원으로 동행한 김성권 대한불교청년회장은 “박물관의 특정 필지를 조사한 결과 2009년 이후 가치가 다시 45% 상승한 것을 파악했다”며 “세간의 시선으로 보면 상당히 성공적인 부동산투자”라고 말했다. 곧 최소 100억원대 부동산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샀다고 말할 수도 있다. 중앙종회 부의장 초격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은 의혹을 벗었고 불교재산은 늘어났다”며 “전화위복”이라고 평가했다.

"세간의 시선으로 보면 성공적인 부동산투자"

이날 현장실사에는 법계위원 무관스님, 중앙종회 수석부의장 초격스님, 포항 보경사 주지 철산스님, 통도사 율원장 덕문스님, 상주 보현사 주지 일법스님, 김성권 대불청 회장 등 6명의 의혹규명위 위원들이 참여했다. 전흥수 대목장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전욱진 씨도 함께 했다. 

황하정루에서 브리핑을 들은 이후 고건축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긴 위원들은 주지 정묵스님의 안내를 받았다. 토지 18필지 5만5318㎡(1만6763평), 건물 13동 3531㎡(1068평)의 고건축박물관은 국보 1호 숭례문을 비롯해 30여개의 전통 건축물 모형이 전시돼 있다. 중앙 건물은 부처님을 모시고 현판을 걸고 청소만 하면, 지금 당장 설법전으로 쓸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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