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커다란 검은 눈에는

슬픈 하늘이 비치고

그 하늘 속에 내가 있고나.

어리석음이 어찌하여

어진 것이 되느냐?

때로 지그시 눈을 감는 버릇을,

너와 더불어

오래 익히었고나.

-김종길 시 ‘소’에서

촉촉하고 순한 소의 눈망울 속에 하늘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 하늘은 잔뜩 흐린 때처럼 무겁고 슬픈 하늘이다. 그 하늘 속에 시인도 오늘은 낙담하여 살고 있다. 그러나 소가 커다랗고 검은 눈을 지그시 감는 것을 보면서 시인은 어진 것에 대해 비로소 생각한다. 너그럽고 슬기롭고 양순하고 자애로울 것을 생각한다. 시인은 시 ‘차(茶)를 달이듯’에서 이렇게 썼다. “청태(靑苔)낀 바위틈 물을 따와서/ 가랑잎을 태우며 차(茶)를 달이듯/ 지금부터는 좀더 슴슴하고 고요해야겠다.” 이 “슴슴하고 고요”한 마음이 위의 시에서 표현한대로 “때로 지그시 눈을 감는” 바로 그 어진 성품이 아닐까 한다. 음식 맛이 좀 싱겁듯이 그처럼 심심한 시간을 살았으면 한다. 또 무심하게 넘길 줄도 알면서 아량이 있게 살았으면 한다. 

[불교신문3406호/2018년7월7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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