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영축산 통도사, 영주 봉황산 부석사, 보은 속리산 법주사, 해남 두륜산 대흥사, 태화산 마곡사, 천등산 봉정사, 조계산 선암사 등 일곱 산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6월30일 바레인에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 5월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등재 권고를 할 당시 만해도 4곳이었는데 우리가 추진했던 대로 7곳 모두 통과했다. 3개 사찰은 규모 등에서 부족한 점이 있어 등재 권고에 빠졌지만 종단과 정부가 나서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증명하는 외교 노력을 펼친 결과 최상의 결과를 만들었다. 한국의 사찰이 세계유산이 등재되기까지 노력한 종단과 외교부, 문화재청 등 정부기관의 노력에 한국불교 신도들은 깊은 감사를 보낸다.

이번에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한국 산사 7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이유는 한국 산사가 갖고 있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해서다. 동남아와 중국 일본에도 불교 사찰이 있지만 한국의 산사를 세계유산으로 인정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한국 산사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동남아 사찰은 도심 주변 평지에 자리하고 있으며 중국은 문화대혁명으로 거의 소실됐다. 일본은 대처화로 불교 본질이 변색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이 산 위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아름답게 구현했다. 단순히 산 위에 건물을 세운 것이 아니라 부석사에서 보듯 끝없이 이어진 산맥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자연과 인문이 조화를 이룬다. 모든 생명을 하나로 보는 부처님 가르침을 그대로 실현하여 계곡 바위 나무가 그대로 가람과 일체를 이룬다. 그 역사가 최소 1000년을 넘었으며 창건 당시의 가람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의 성당, 중국이나 일본의 사찰이 수행자들의 생활은 사라지고 인위적으로 형체만 유지되는 것과 달리 우리 산사는 승가 공동체로 살아 숨 쉰다. 새벽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생활은 부처님 계율에 따라 엄격하게 통제되며 모두 문화가 된다. 산사를 이루는 각각의 전각들과 전각이 품고 있는 탱화 불상 등 성보(聖寶)는 부처님 가르침을 문화로 형상화한 인류의 보물이다. 이런 아름다움과 전통 역사성을 갖고 있는 한국의 산사가 세계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한 국가나 민족을 뛰어넘어 모든 인류의 현재와 미래세대에 공통으로 중요한 문화적 자연적 가치를 갖고 있음을 뜻한다. 인간의 창의성, 인류의 가치, 문화적 특출함을 갖고 있음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종교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자랑이다. 

세계유산으로 인정받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를 유지 보존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취소될 수 있다. 한국 산사가 세계유산으로 유지되려면 산사에서 사는 스님과 대중은 물론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종교를 떠나 세계유산으로 사랑하고 관심 갖고 함께 보존하려는 노력을 할 때 산사가 갖고 있는 가치가 더 빛을 발할 것이다.

[불교신문3406호/2018년7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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