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사라진 그 마음 자체가 깨달음

인연 따라 온갖 이름 생기지만 
본디 바탕은 텅 빈 ‘공’일뿐이니 
표현만 달라…온갖 법이 그러해 

텅 빈 마음 법신의 또 다른 이름은 등각과 묘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반야심경>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원문 번역: 문) 경(經)에서 등각(等覺)과 묘각(妙覺)을 말하는데 무엇이 등각이고 무엇이 묘각입니까? 답) 색(色) 자체가 그대로 공(空)인 것을 등각이라 하고, 차별되는 온갖 색의 성품이 다 공이므로 이를 일러 묘각이라 한다. 또 ‘깨달을 것’도 없고, ‘깨달을 것이 없다는 것조차 없는 것, 이를 일러 묘각이라고 한다. 문) 등각과 묘각이 다른 것입니까, 아니면 같은 것입니까? 답) 형상으로 나타나는 인연 따라 임시방편으로 온갖 이름을 내세우지만 본디 바탕은 하나로서 다를 것이 없다. 온갖 법이 다 그러하다.

강설: “색 자체가 그대로 공인 것을 등각”이라 한 것은 <반야심경>의 ‘색즉시공’과 같은 말입니다. 온갖 인연이 모여 생겨나는 모든 색은, 어떤 모습이라도 철저히 분석해 보면 그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허깨비와 같아서 공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을 알고 체득하는 것이 부처님의 깨달음 ‘등각’이라고 대주스님은 말합니다. 

“차별되는 온갖 색의 성품이 다 공(空)이므로 묘각”이라고 한 것은 ‘‘차별된 온갖 색의 근본 성품이(二性)’ 다 공(空)이라는 것도 ‘색 자체가 그대로 공’이라는 <반야심경>의 ‘색즉시공’과 같은 말입니다. 이 내용을 알고 체득하는 것이 부처님의 깨달음 ‘묘각’이라고 대주스님은 말합니다.

결국 등각과 묘각은 표현만 다를 뿐 내용이 같습니다. “또 ‘깨달을 것이 없다는 것조차 없는 것, 이를 일러 묘각이라고 한다”는 것 역시 ’깨칠 것이 없다‘는 <반야심경>의 가르침과 같으니, 그 부분을 발췌해 풀이해 보겠습니다.

사리자여 인연모여 생겨나는 모든 색은 그 실체가 없으므로 공과 다를 것이 없고(色不異空)/ 텅 빈 공에 인연모여 생겨나는 색이므로 이 공 또한 그대로가 모든 색과 다름없네(空不異色)/ 색 그대로 공이면서 공 그대로 색이어라(色卽是空 空卽是色)/ 수상행식 온갖 마음 또한 이와 같느니라(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여 이와 같은 모든 법의 텅 빈 모습(是諸法空相)/ 이 공 자체 생기거나 없어질 것 아니므로(不生不滅)/ 더럽구나 깨끗하다 집착할 것 아니면서(不垢不淨)/ 는다거나 준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더라(不增不減)/ 이 때문에 텅 빈 공에 어떤 색도 있지 않고(是故 空中無色)/ 어떤 모습 분별하는 마음조차 전혀 없다(無受想行識)/ 몸 없어서 눈 귀 코 혀 살도 뜻도 없어지고(無眼耳鼻舌身意) 색 맛 소리 냄새 느낌 분별되는 법도 없어(無色聲香味觸法)/ 육근 육경 없으므로 알음알이 영역 없네(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알음알이 만들어 낸 무명 또한 없어지니(無無明)/ 없는 무명 없앤다고 헛된 노력할 것 없고(亦無無明盡)/ 무명으로 생겨나던 늙고 죽음 또한 없어(無老死)/ 늙고 죽음 없앤다고 집착할 일 아니더라(亦無老死盡)/ 늙고 죽음 없기 때문 생사 떠날 진리 없고(無苦集滅道)/ 고집멸도 없으므로 알아야 할 지혜 없어(無智)/ 지혜 자체 없으므로 얻을 것도 없으리니(亦無得)/ 얻을 것도 없는 것은 깨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以無所得故). 

알음알이가 사라진 텅 빈 마음에서는 알음알이를 일으킨 무명도 존재하지 않으니, ‘없는 무명’을 없애려고 헛된 노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명이 사라진 그 마음 자체가 깨달음이니, 그러므로 ‘깨달을 것’도 없고, ‘깨달을 것이 없다는 마음조차 없는 것’을 묘각이라고 대주스님은 말합니다. 형상으로 나타나는 인연 따라 임시방편으로 온갖 이름을 내세우지만 그 모든 것의 본디 바탕은 텅 빈 공일뿐이니 온갖 법이 다 그러합니다. 이 이치를 터득하여 허망한 꿈과 같은 망념들을 멀리 떠나 마침내는 영원토록 행복한 삶을 이루는 것이 불자들의 삶입니다.

[불교신문3406호/2018년7월7일자]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삽화=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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