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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불교 정말 쉬워요] <72> 엄마 지갑에서 돈을 꺼내 썼는데…
Q 할아버지 제가 어제 너무 더워서 시원한 게 먹고싶은데 돈이 없었어요. 엄마한테 돈을 타서 사먹으려고 부지런히 집으로 달려와 보니 엄마가 안 계셨어요. 짜증이 확 났어요. 그때 탁자에 놓인 엄마 지갑이 눈에 띄었어요. 망설이다가 1000원을 꺼내가지고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어요. 나중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혹시 혼이 날까 봐 입을 열지 못하고 며칠이 지나고 보니 아예 말을 꺼내지 못하겠어요. 어쩌죠?

말씀 드리지 않으면 훔친 게 돼
불교에 포살이라는 제도가 있어
자기 잘못을 반드시 털어놓고 
다시 하지 않겠다 다짐하는 거야 

A 저런, 딱한 일이구나. 이제라도 털어놓은 것이 좋아. 엄마한테 사달라고 해서 먹으려고 하던 거잖아. 엄마가 안 계셔서 참다못해 돈을 꺼내간 거고. 아쉽긴 하지만 그리 나무랄 일을 아냐. 그렇지만 말씀을 드리지 않고 지나치면 훔친 것이 되고 말아. 불교에는 포살이라는 제도가 있어. 제가 지은 허물을 이웃이나 벗 앞에서 털어놓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야. 난 네가 포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돈을 내어놓으면서 “엄마가 안 계셔서 허락 없이 가져다 썼어요. 늦었지만 이제 돌려드려요” 라고 말씀드리면 좋겠구나. 

할아비는 어려서 만화책을 훔친 적이 있어. 그때는 너나들이 살림이 어려워서 만화책을 사볼 수 있는 애들이 없었어. 그런데 몇몇 아이들이 만화책이 어디서 났는지 가지고 다니면서 으스대는 게 몹시 부러웠어. 그때 어떤 아이가 학교 가는 길목에 있는 만홧가게는 주인할머니가 눈도 귀도 어두워서 한두 권 훔쳐도 잘 모른다고 말하는 거야. 솔깃했지만 스쳐 지나치고 말았지. 그런데 어느 날 만홧가게에 가서 만화를 보다가 그 생각이 났어. 망설이다가 만화책 한 권을 슬쩍 스웨터 안에 숨겼어. 낯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벌렁벌렁 했어. 도로 꺼내놓을까 어쩔까 한참을 망설였어. 마침 할머니가 구석에 있는 만화책에 쌓인 먼지를 털더라고. 얼른 일어나서 스웨터를 두 손으로 감싸 쥐며 살짝 나오는데 할머니가 부르셔. 그대로 도망칠까 하다가 어른이 부르시는데 그럴 수 없어서 “할머니 왜 그러세요?”하고 돌아섰어. 할머니가 고구마를 구웠는데 하나 먹고 가라고 건네셨어. 어른이 주시니까 두 손을 내밀어 받으려는데 그만, 스웨터에 감춘 만화책이 바닥에 툭! 떨어지고 말았어. 그 순간 땅이 꺼져 딱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더라고. 근데 할머니는 “만화책이 그토록 가지고 싶었니?”하면서 가져가라고 말씀하는 거야. 얼마나 부끄럽던지. 고구마고 만화책이고 다 내팽개치고 “할머니 잘못했어요”하고 엉엉 울면서 용수철이 튕겨 나오듯이 달려 나왔어. 할머니는 내가 만화책을 훔친 줄 알고 도둑놈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뜻에서 고구마를 건네셨던 거야. 할머니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꼼짝없이 도둑놈이 될 수밖에 없었을 텐데…. 

[불교신문3406호/2018년7월7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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