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만으로 나는 치유된다. 이른 아침 돌담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녹차의 은은한 향을 느낄 때 새로운 세포가 눈뜨는 듯하다. 자연과의 소통이라는 사찰건축의 의미를 살려 앞 뒤 문을 다 열어 놓으면 그야말로 서라운드 시스템이 된다. 사이사이 공감각적으로 들려오는 다정한 새소리는 그야말로 덤이다.

빗소리는 공양간 항아리에도 떨어진다. 석등에도, 흐르는 계곡에도 떨어진다. 600년 된 소나무의 잎사귀 위에도 떨어진다. 타악기처럼 빗소리는 다른 소리들을 첨가해 다양한 소리들을 창조한다. 비오는 걸 가만히 들어본다. 그 소리들을 담아내고 있는 미지의 공간속으로 무심에 빠져든다. 짙은 초록으로 푸르러지고 있는 여름 산에 안기는 빗소리도 다르다. 비를 필요로 할 때 그야말로 알맞은 때 내리는 비는 그야말로 사랑스럽다. 

이처럼 인연이 무르익었을 때 딱 알맞을 때의 만남은 늘 아름답다. 사람과의 만남의 핵심도 다정한 분위기, 로맨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진정한 매너는 어떤 형식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감수성을 온몸으로 익혀야 가능해진다. 요즘 남북한 경제협력이나 철도건설 도로 건설 등의 주요 의제를 다루는 소식을 들으니 이제 남북한의 관계도 감수성이 무르익어가는 중인 거 같다. 

그동안은 남북한이 서로 교감할 만한 정서가 부족했던 탓이어서 티격태격했지만 이젠 알맞음으로 무르익어서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기를 바래본다. 어디선가 허공을 가르고 기분 좋은 소식 하나가 기다려지는 날이다. FIFA 1위인 독일을 이겨서 우리에게 환호와 기쁨을 준 우리의 태극전사들처럼. 

[불교신문3406호/2018년7월7일자] 

선우스님 서울 금선사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