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출판계 전자책 현황과 전망

단말기를 구입하거나, 전자책 앱(어플)을 다운받아 화면상으로 책을 보는 전자책(e-북). 지난 2007년 11월 세계 최대 온라인서점인 미국의 아마존이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세상에 내놓으며, 수 천 권의 책을 휴대용 전자기기 하나에 다닐 수 있어 획기적인 IT기기로 큰 주목을 받았다. 

출시와 동시에 급속한 성장을 이어간 전자책 시장은 미국의 출판시장의 25%, 영국은 15%, 일본은 10% 내외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의 전자책 이용자 수도 3억 명을 돌파했으며, 시장 규모는 2조원으로 향후 20% 내외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디지털시대의 독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는 인구가 3000만 명에 육박하는 우리나라도 지난해 1500~1600억 원의 시장규모를 보이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등 전자책의 보편화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영미권 국가들의 전자책 시장의 성장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국내 전자책은 아직 성장 여력이 충분해 종이책 규모의 30%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출판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전자책이 도입 10년 만에 국내 출판계에 새로운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불교출판계에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다. 불교계 내 전자책 관련 변변한 통계자료 하나 없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초 불교출판문화협회 주도로 전자책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려고 했지만 회원사들의 무관심 속에 잠정 보류되기도 했다. 

이는 시장규모가 크지 않지 않고 영세한 출판사들이 많은 불교출판계에서는 종이책을 지속적으로 내는 것도 녹록치 않아 투자대비 수익이 불투명한 전자책에 눈 돌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지털화 하기 까다로운 불교경전이나 불서가 많은 시장 특성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불교계가 전자책에 대해 완전히 손 놓은 상태는 아니다. 최근 들어 전자책 시장성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점은 다행한 일이다. 불교계에서는 현재 200여 권의 전자책을 선보인 불광출판사가 대표적이다. 새로 내놓는 종이책 모두 전자책으로 함께 출판하고 있다. 

불광출판사 전자책 담당 양민호 과장은 “두꺼운 경전류를 제외하고 신간은 모두 전자책과 병행해서 출판하고 있다”면서 “교보문고 등 온라인서점과 전자책 전문서점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전자책 출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족사는 15권의 전자책을 내놨고 앞으로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운주사, 조계종출판사도 전자책 출간을 준비 중이다. 윤창화 민족사 대표는 “종이책에 비해 기대수익이 떨어지는 단점에도,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어느정도 손익분기를 맞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면서 “현재 불교계 전자책 시장이 밝지 않지만, 앞으로 중장기 계획을 갖고 좀 더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제 막 걸음을 뗀 불교계의 전자책 활성화를 위해서는 풀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불교계에서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 시장을 넓혀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데, 결국 문제는 돈이다. 매년 10권 이상의 종이책을 펴내는 출판사가 꼽히는 불교출판계에서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반해 300페이지 분량 기준으로 전자책 1권의 최소 제작비가 10~30만원 수준으로 한 번 도전해 볼만하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두 의견 모두 스님과 불자들의 관심을 통한 시장 확대가 필수다.

김시열 불교출판문화협회 사무국장은 “출판산업의 한 축으로 전자책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불교출판사들도 잘 알고 있지만, 시장의 수요가 없는 가운데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사찰도서관이나 공공기관 도서관을 비롯해 사부대중이 불교 전자책을 많이 찾아 준다면 얼마든지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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