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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 (2018).11.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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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책상] 서울 현성정사 주지 마가스님"스님도 허영만 만화책 보며 힐링합니다"
마가스님은 최근 낸 책 <마음충전>의 부제를 '오늘 상처입은 젊은 영혼들을 위하여'라고 달았다. 그리고 날마다 매일 아침 자신에게 이렇게 속삭여 보라고 권한다. "나는 이대로 내가 참 좋습니다. 나는 나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합니다.'

자비명상으로 아픈 현대인에게 마음충전 메시지를 전하느라 1년 365일 불철주야 움직이는 마가스님도 힐링은 필요한 법. 스님 마음을 충전해준 값진 책은 다름아닌 허영만 화백의 만화책 <꼴>이다. 스님이 만화책을? 마가스님은 익숙한 손짓으로 어깨너머 작은 책장을 뒤적이면서 말했다. “어? 여기 꽂혀있던 <꼴>이 어디로 갔지? 아, 맞다! 우리 상좌님이 빌려갔지!” 빠른 손놀림으로 웃음 머금고 만화책을 넘기는 스님 모습이, 그리 낯설지도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속된 말로 ‘꼴값 떤다’고 다른 사람을 조롱할 때가 많잖아요. 남더러 꼴값이라고 하는 사람이 오히려 자신이 더 꼴값이라는 걸 알고 볼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수행이죠. 바깥으로만 눈을 돌리고 이렇다 저렇다 판단분별하면서 구업을 저지르는 행위를 멈추고, 알아차림으로 나를 볼 줄 알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전 9권에 달하는 허영만의 <꼴>은 작가가 수십년간 관상학과 철학을 탁마하면서서 터득한 진리가 고스란히 실린 명작으로 “만화를 그리기 위해 이보다 많은 공부를 한적은 없었다”고 고백했던 책이다. 사람 얼굴을 보고 과거와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위험한 일이지만, 허 작가가 만화 <꼴>에서 내린 결론은 하나다. “관상은 변하고 운도 변한다. 행복의 척도는 마음에 있다.” 이 시대 마음충전의 아이콘 마가스님이 늘상 들려주는 법문과 다르지 않다. “정견(正見)의 삶을 살아야 해요. 이기심과 아상, ‘제 눈에 안경’으로 세상을 보면서 싸우고 갈등하며 살잖아요. 나를 알아차리고 내면을 바라볼 줄 아는 안경을 착용하고 귀한 말과 행동, 생각으로 신구의(身口意) 삼업만 잘 지켜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구현되고 아름다운 사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마가스님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으며 ‘부처님께 직접 가보는 것’이 요즘 최대 관심사라고 했다. “이제야 부처님께 필이 꽂혔습니다. 뒤늦게 철이 들었나 봅니다. 하하하. 머리만 깎고 살다가 이제야 부처님을 정말 간절하게 만나고 싶어요. 이제야 부처님 가르침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그 분의 말씀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껍데기로만 살다 죽을 수도 있었는데 이 나이에 부처님을 만나는 기쁨이 얼마나 설레고 감사한지 몰라요.” 스님 책상에 놓인 두 권의 책이 유독 눈에 띈다. 하나는 틱낫한 스님이 부처님 삶과 가르침을 전기소설로 엮은 <붓다처럼>, 나머지는 세계적인 불교철학가 데이비드 깔루빠나가 가장 인간적인 붓다를 그린 <싯다르타의 길>이다.

<붓다처럼>은 스바스티라는 불가촉천민 출신 목동 소년이 마을 인근 숲에서 훗날 붓다로 불리는 젊은 수행자 싯다르타를 만난 인연으로 시작된다. 1991년 처음 출간되고 인도와 네팔은 물론 동아시아,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도 변역 출간돼 30여년간 폭넓게 사랑받아온 불교문학의 결정판이다. 틱낫한 스님의 손끝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 인간 붓다의 삶을 가슴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마가스님은 프랑스 플럼빌리지에서 틱낫한 스님을 만난 인연도 있다.

<싯다르타의 길> 역시 법당에 근엄하게 앉아계신 부처님을 우리와 함께 부대끼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인간으로 다시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 베스트셀러다. “<싯다르타…>는 서구화된 문명으로 지나친 경쟁구도 속에서 행여나 뒤처질까 불안해하는 현대인들에게 내면의 힘과 마음의 평화를 가장 친숙하게 전해줄 겁니다. 방대한 초기불교 자료와 신뢰성 있는 역사적 자료가 바탕이 되어 있어 불교를 제대로 알고 부처님께 다가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마가스님은 이른바 ‘스타 스님’이다. 10년 전 수행과 신행을 포괄하는 ‘(사)자비명상’을 설립해서 명상이나 요가로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다양한 방편으로 보살행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스님 특유의 유쾌하고 통쾌한 법문에 매료돼 스님이 가는 곳마다 어디든 수많은 대중들이 따른다. 스님의 스마트폰 스케줄표에는 비어있는 날이 거의 없다. 올해 나온 스님의 책 <마음충전>도 3만권에 육박하는 책이 팔려나갔고 108개의 긍정단어로 불교사상을 농축한 <마음카드>라는 책도 조만간 나올 참이다. 자기 마음의 카드를 한 장씩 화두처럼 꺼내놓고 가족이나 직장동료, 친구들과 게임하듯 상담하듯 소통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저도 한때 못된 삶을 살았어요. 환경을 탓하고 타인을 비난하면서 어리석게 살았죠. 급기야 지옥까지 끌려간 선몽까지 꾸고 나니, 한마음 바꾸게 됐습니다. 부처님 뜻에 맞춰 지금부터라도 선업공덕을 짓자고 마음을 바꿨더니 중생들에게 이로움으로 다가갈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날마다 샘솟는 것 같다요.” 마가스님은 “이제부터라도 근본불교로 돌아가서 부처님이 누구신지, 왜 불교를 만들어 어떤 교화를 하고 설했는지 알아야 한다”며 “한국불교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부처님께 다시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중표 전남대 교수가 펴낸 책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과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도 마가스님이 곁에 두고 자주 들춰보는 책이다. 초기불교의 눈으로 대승경전을 이해하기 좋은 <니까야…>는 대다수 ‘글자’만 낭송하는 반야심경에서 자신의 참모습과 행복한 길을 찾아가는 반야심경으로 이해할 수 있어 유익하다. 특히 <붓다가 깨달은…>에 관해 스님은 “나와 세계가 먼저 존재하고 그 속에 나의 삶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나와 세계가 그 결과로 나타나고 그것이 바로 부처님이 깨달은 연기법”이라며 “이러한 진리를 안다면 우리는 나의 세계를 분별하는 모순과 투쟁의 삶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와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이 미얀마 파아옥 명상센터 선원장인 우 아찐나 스님의 저서 <업과 윤회의 법칙>을 자주 꺼내보는 이유도 “내 행위에 미래가 걸려 있다는 ‘혁명’을 선언한 부처님을 통해 모든 수행과 업의 주인이 자기가 되는 계기로 삼기 위함”이다.

마가스님의 학력은 조금 독특하다.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석사학위를 한신대 종교문화학과에서 취득했다. 원래 기독교학과를 지망했는데, 세례교인이라는 지망자격에 걸려 가지 못했다. “인간의 보편적 갈구에 의한 인간속성을 공부하면서 종교의 본질과 속성, 그리고 성직자의 역할에 관해 많은 고민을 했지요. 인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고 종교 역시 진화해야만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사실도 터득했죠.”

마가스님은 지난 3월 열반에 든 은사 현성스님의 뒤를 이어 현성정사의 새 주지로 부임하면서 “큰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현성정사를 복의 씨앗을 심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노스님인 청담스님의 책 <금강경 대강좌>를 교재로 대승경전 강좌를 시작할 예정이고 지하에 북카페를 만들어 불자들이 편안하게 좋은 불서와 인연 맺도록 다리도 놓아줄 계획이다. 현성정사에 일부 공간도 불법(佛法)을 널리 알리고 부처님을 사랑하고 공부하는 이들에게 무상제공해줄 생각으로 내부정비를 하고 있다. 80평생 교도소와 양로원 군부대와 청소년들 곁에서 쉼없이 포교해온 은사 스님의 삶을 본보기로 삼고, 마가스님은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부처님이 지금 현재 나의 말과 행동, 생각을 바라보고 좋아할지, 꾸짖을지 그것만 생각하면 수행자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답이 나옵니다. 제 멘토는 오직 부처님이시니까요.”

 

“법문비 받지 않고 부르면 어디든지”

마가스님, 재능기부 형식 法門 ‘선언’

“사실 지금까지 법문하러 많이 다녔지만, 많든 적든 주시는대로 법문비를 다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지방의 한 비구니 스님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법사비 문턱이 너무 높아서 작고 가난한 절에서는 스님들 초청이 엄두가 안난다고….” 마가스님 역시 초청이 망설여지는 스타급 스님이다. 마가스님은 “그 날 그 스님의 전화를 받고 생각끝에 다음날 새벽예불을 모시면서 다짐했다”며 “앞으로 법문비 준다는 곳에는 법문을 하러 가지 않겠다 라는 원을 세웠다”고 말했다. “법문은 들어주는 대중이 있어야 할 수 있잖아요. 내 복전이 되어주는 사람은 내 법문을 들어주는 그들 대중입니다. 들어줘서 고맙다고 감사할 일인데, 법문했다고 법문비 받아 챙기면 내 공덕이 보상을 받았으니 공덕의 씨앗은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마가스님은 “앞으로 내 복을 짓기 위해 법문을 재능기부로 하면서 지구별에서 살아가겠다”며 “부처님도 이런 결정을 한 나를 참 이뻐하지 않을까요? 하하.”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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