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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불국토]<12> 깨달음의 부처, 빛의 부처 - 비로자나불화지혜와 덕으로 세상을 비추는 광명의 부처님
  • 김정희 원광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 승인 2018.07.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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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인 : “비로자나불이란 무엇입니까?”

조주선사 : “흰 낙타가 왔는가?”

학인 : “왔습니다.”

조주선사 : “끌고 가서 풀을 먹여라.”

(問如何是毘盧師 師云 白駝來也未 云來也 師云 牽去草)

 

①1650년 법신 비로자나불, 화신 석가불, 보신 노사나불을 함께 그린 공주 갑사 삼신불도.

우리나라 80화엄사상 수용 후
화엄종 주존불로 법당 봉안
삼신불화 오불회도 널리 유행

지권인 하고 연화좌 앉은 모습
불신 주변에 화불도 같이 표현

“뜰 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狗子無佛性)”라는 공안(公案)으로 유명한 당나라 때 선승 조주종심(趙州 從, 778~897)은 비로자나불이란 무엇이냐는 학인의 물음에 위와 같이 답하였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비로자나불이란 낙타가 왔으니 풀을 먹이듯이 당연한 것 또는 정법, 즉 가장 원론적이고 당연한 진리의 부처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비로자나불(Vairocana)은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에 존재하면서 지혜와 덕으로 온 세상을 두루 비춰주시는 광명의 부처로, 대승불교의 중심경전인 <화엄경>과 <범망경>의 주존불이다. 또한 밀교에서는 마하 비로자나(Maha Vairocana), 즉 대일여래로서 본존불로 신앙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6세기 이후 <60화엄경> 권2 ‘노사나불품’의 “비로자나불은 모든 털구멍에서 화불운(化佛雲)을 낸다”라는 기록에 의거, 이를 형상화하여 불신에 수미산 천계 혹은 수많은 화불을 그리거나 새긴 법계인중상(法界人中像)의 형태로 표현하였다. 용문석굴 봉선사동의 대노사나불(大盧舍那佛, 675년)의 도상이 출현하면서 본격적으로 비로자나불이 조성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상대사(625~702)에 의해 60화엄경이 수용되고 이어 8세기중엽 경부터 80화엄사상을 수용하면서 9세기 무렵부터 화엄종의 주존불로서 봉안되기 시작하였다. ‘대방광불화엄경변상도’(754~755년)가 8세기 중엽 경에 조성된 사실은 바로 이 즈음하여 화엄경 관련 불화, 즉 비로자나불화 또한 성행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비로자나불화는 비로자나불이 <화엄경>을 설법한 장소의 하나인 보광명전(寶光明殿)이나 적멸도량(寂滅道場)에서의 회상(會上)을 도상화한 것이다. 비로자나불을 단독으로 그린 독존도, 비로자나불과 좌우 협시보살을 그린 비로자나삼존도, 비로자나삼존과 아난존자, 가섭존자를 그린 비로자나오존도, 비로자나불 삼존과 보살·성문중·호법신 등을 함께 그린 비로자나후불도 등이 있다. 비로자나독존도는 지권인(智拳印)을 결하고 연화대좌 위에 앉아있는 비로자나불을 그린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발견된 예가 별로 없다. 비로자나불은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아 왼손의 둘째손가락을 편 후 오른손으로 둘째손가락의 윗부분을 감싸 쥔 지권인을 결하고 있다. 이러한 손 모습은 이(理)와 지(智)는 둘이 아니고 부처와 중생은 같은 것이다. 미혹과 깨달음도 본래는 하나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일체의 무명 번뇌를 없애고 부처의 지혜를 얻는다는 뜻을 표현한다. 비로자나삼존도는 좌우 협시인 문수보살, 보현보살을 함께 그린 형식으로, 문수보살은 연꽃, 보현보살은 여의를 들고 있다. 

②일본 쥬린지 소장 오불회도. 세로로 비로자나불·노사나불·석가모니불, 가로로 석가모니불·아미타불·약사불을 배치했다.

독일 쾰른 동아시아박물관 소장 비로자나삼존도(고려)는 화려하게 장식된 대좌 위에 비로자나불이 지권인을 결하고 앉아있으며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본존을 향해 각각 연꽃과 여의를 든 채 시립하였다. 부처와 보살을 아래위로 구분하여 배치한 2단구도, 금니의 연당초문이 가득 시문된 본존의 법의, 배채법(背彩法)으로 채색된 본존의 얼굴, 섬세하고 정교한 필선의 인물묘사에서 고려불화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비로자나오존도는 지권인을 결한 비로자나불과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석가모니의 제자 중 아난존자와 가섭존자를 배치한 형식이다. 1750년에 제작된 대련사 괘불도에서 볼 수 있다. 

가장 많이 그려진 형식은 비로자나후불화이다. 이 형식의 비로자나불화는 대적광전이나 대광명전의 후불화로 봉안되는데, 지권인을 결한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및 보살성중과 성문중 등이 본존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때로 사천왕을 배치하기도 하지만, 외호중인 사천왕·팔부중은 배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로자나불 관련 불화 중에는 법신(法身) 비로자나불, 화신(化身) 석가불, 보신(報身) 노사나불 등 세 불신(佛身)을 함께 그린 삼신불화(三身佛畵)도 있다. 982년 중건된 장안사와 1183년 중수된 용천사에 삼신불상이 봉안되었다는 기록을 보면 고려시대부터 삼신불화가 유행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존하는 작품들은 모두 조선시대 이후의 것들이다. 조선시대에는 비교적 규모가 큰 대적광전, 대광명전 등에는 법신 비로자나불화와 보신 노사나불화, 화신 석가불화 등 화엄사상을 상징하는 삼신불화를 봉안하는 경우가 많다. 

삼신불화는 삼신불을 중심으로 상·하단에 권속들을 배치하는 일반적인 불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비로자나불화는 지권인을 결한 비로자나불 주위에 문수·보현을 비롯한 여러 보살, 분신불, 호법신 등, 석가모니불화는 항마촉지인을 결한 석가모니와 분신불, 문수·보현 등 여러 보살, 제자, 호법신 등, 노사나불화는 좌우 양손을 어깨 위로 들어 설법인을 취한 보살형의 노사나불과 권속들을 배치한다. 규모가 큰 법당에는 비로자나불·석가모니불·노사나불을 각각 1폭씩으로 그린 3폭의 삼신불화를 봉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③독일 쾰른 동아시아박물관 소장 고려 비로자나삼존도는 화려하게 장식된 대좌 위에 비로자나불이 지권인을 결하고 앉아 있으며 좌우로 문수보현보살이 협시해 있다.

작은 규모의 법당에서는 세 부처를 함께 그린 1폭의 삼신불화를 봉안하곤 한다. 삼신불화 중에는 삼신불화와 삼세불화와 결합된 삼신삼세불화(三身三世佛畵) 형식도 있으며, 삼신삼세불화를 축소·변형시킨 형식 등도 있다. 삼신삼세불화는 석가모니불·아미타불·약사불의 삼세불과 비로자나불·석가모니불·노사나불의 삼신불을 함께 결합한 것으로 이 경우 석가모니불이 중복되므로 5여래를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선전기에 조성된 오불회도(五佛會圖, 일본 쥬린지 소장)는 세로로 비로자나불·노사나불·석가모니불, 가로로 석가모니불·아미타불·약사불을 배치하였으며, 금산사 오불회도(조선후기)는 비로자나불·석가모니불·노사나불·아미타불·약사불을 각각 1폭씩으로 하여 총5폭으로 구성하였다. 삼신삼세불을 축소·변형시킨 형식은 비로자나불화와 아미타불화, 약사불화로 구성된 것으로, 기림사 대적광전 삼신삼세불화(1718)와 선운사 대웅전 삼신삼세불화(1860)에서 볼 수 있다.

<화엄경>의 내용을 한 폭의 그림으로 압축, 묘사한 화엄경변상도도 넓은 의미에서 비로자나불화라 할 수 있다. <화엄경>은 일곱 군데에서 여덟 번 법회(舊譯), 혹은 아홉번 법회(新譯)를 열어 설법한 내용을 모은 것으로, 대부분 80화엄경의 7처9회도(七處九會圖)가 묘사된다. 제일 아래에는 선재동자가 55선지식을 찾는 장면과 찰종(刹種)이 쓰여진 큰 연꽃이 있고 그 위로 7처9회의 장면이 전개된다. 아래쪽에는 지상에서 설법한 1회(寂滅道場會), 2회(普光明殿會), 7회(普光明殿重會), 8회(普光明殿三會), 9회(逝多林會) 등 다섯 번의 법회, 위쪽에는 하늘에서 설법한 3회(利天會), 4회(夜摩天會), 5회(兜率天會), 6회(他化天會) 등 네 번의 법회가 묘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각의 법회에서 설법하는 주불은 화엄경의 교주인 비로자나불이 아니라 각 회의 설주보살(說主菩薩)인 보현보살, 문수보살, 법혜보살, 공덕림보살, 금강당보살, 금강장보살 등 보살로 표현되어 있다. 

대표적인 작품은 송광사 화엄탱화(1770년), 선암사 화엄탱화(1780년), 쌍계사 화엄탱화(1790년)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세 폭의 불화는 세부묘사를 제외하고는 구도와 형식 등이 거의 유사하며 전라남도 지역에서 10년의 차이를 두고 제작된 불화인 점에서 주목되지만, 현재는 송광사 화엄탱화 1점만 전해온다. 

신라시대에 사복(蛇福)이 원효대사와 함께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띠풀을 뽑은 뒤 송장을 업고 들어갔다는 연화장세계는 한량없는 공덕과 광대장엄(廣大莊嚴)을 갖춘 비로자나불의 불국토이다. 연화장세계에 머물고 계신 깨달음의 부처, 빛의 부처를 그린 그림, 그것이 바로 비로자나불화가 아닐까.

[불교신문3405호/2018년7월4일] 

김정희 원광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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