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를 위한 자비는 없다

우 빤디따 지음·윤승서, 이승숙 옮김/ 불광출판사

‘위빠사나’ 대중화 앞장 선
대표적 미얀마 불교지도자

명상의 정수 담은 수행법문
입적 후 국내에서 첫 출간

“수행은 삶의 번뇌를 끊어
해탈을 이루는 것이 목표”

위빠사나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우 빤디따 스님의 수행법문을 정리해 책으로 엮은 <번뇌를 위한 자비는 없다>가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사진은 우 빤디따 스님의 생전 모습.

‘위대한 성자’, ‘다르마(Dhamma)의 거인’으로 불리며 부처님 당시부터 전해오는 명상 수행법인 위빠사나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미얀마의 불교지도자 우 빤디따 스님(1921~2016). 20세에 구족계를 받은 그는 29세의 나이로 미얀마불교의 고승(高僧) 마하시 사야도로부터 사띠빠타나 수행에 입문한 상수제자이다. 스승의 입적 이후 마하시 센터의 원장을 역임했고, 이후 빤디따라마 센터를 열어 많은 제자들을 배출했다. 특히 현대 서양 명상계의 유명지도자 조셉 골드스타인, 잭 콘필드, 샤론 살즈버그 등을 지도하며 서양에 위빠사나가 보급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는 전 세계에 위빠사나 명상지도와 수행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최근 국내에도 조셉 골드스타인 등 그의 제자들이 위빠사나 수행 안내서를 잇달아 소개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우 빤디따 스님이 지난 2003년 5월 미국에서 진행한 사띠빠타나 위빠사나 법문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번뇌를 위한 자비는 없다>이 우리말로 번역돼 나와 주목된다. 생전에 많지 않은 책을 펴낸 스님의 저서는 국내에 몇 권 밖에 소개되지 않았고, 현재는 시판되지 않는다. 때문에 스님 입적 후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책이라는 점도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의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무엇인가? 불교에서는 그 원인을 '번뇌'라고 말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 역시 번뇌이다. 우 빤디따 스님은 “수행의 목표가 우리 삶의 고뇌와 고통의 모든 요소들, 즉 번뇌를 끊어 냄으로써 해탈을 이루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 온갖 번뇌를 가장 위험한 것으로 규정한다. 욕망, 미움, 어리석음 등의 내적 번뇌는 외적 번뇌의 원인이다.

결국 내적 번뇌로부터의 해방은 모든 번뇌의 원인을 제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중생의 번뇌 끊기에 대한 간절함은 스님의 신조에서도 드러난다. “번뇌에게 베풀어 줄 자비는 없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명제를 통해 우리가 숨 쉬는 이 순간, 모든 찰나에 무엇을 향해 나가야 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번뇌로부터 벗어나 해탈의 길로 갈 수 있을까. 우 빤디따 스님은 해탈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사띠빠타나 위빠사나 수행’을 제시한다. 이는 몸과 감각, 마음과 모든 현상(사물)의 생멸을 즉각적으로 알아차리는 사념처(四念處) 수행을 근간으로 한 ‘마음챙김’ 수행법이다. 스님은 사띠빠타나 위빠사나 명상 과정과 의의는 물론 수행의 흐름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장애나 꼭 잊지 말아야 할 점 등을 꼼꼼히 지적한다.

이처럼 우 빤디따 스님의 수행법문은 불법을 통해 마음이 어떻게 치유되는지 그 근본 원리를 전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지혜와 실천의 조화’라는 부처님의 길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위빠사나 명상을 실천해 오며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했던 불자들에게 도움을 줄만하다.

더불어 스님은 법문 전반에 걸쳐 붓다가 전한 ‘법과 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옛날 부처님이 그랬던 것처럼 빛나는 지혜(法)와 자비의 실천(律)이 없다면 중생의 고통스러운 삶은 결코 전환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님은 “번뇌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붓다의 법과 율을 기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도덕성과 집중, 지혜, 즉 삼학(三學)의 관계를 체계화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도덕적인 삶(戒)은 충동에 따른 행동을 억누른다. 그러나 무조건 억누르게 되면 내부 충동이 더 깊어질 수 있는 역효과를 낸다. 이때 우리는 집중(定)을 통해 마음을 돌림으로써 강박에 빠지는 것을 막는다. 끝내 마음이 명료해짐에 따라 사물에 실체가 없다는 깨달음(慧)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 지혜가 계발되는 과정이고, 그에 따라 마음의 고통은 해소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띠빠타나 위빠사나를 수행하며 겪는 과정과 단계, 원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무엇 하나 어긋나지 않는다. 이로써 번뇌는 끊어지고, 결국 우리는 윤회의 고통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 ‘위대한 성인’이 일생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하고 싶은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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