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소론찬요 5·6

혜거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대강백 탄허스님 제자
스승의 업적 이은 번역
‘화엄경소론찬요’5·6 출간

고령에도 완역 의지 충만
“당초 10년 예상했던 계획
앞당길 수 있을 것“ 기대

대강백 탄허스님의 제자인 서울 금강선원장 혜거스님이 스승의 유지를 이어 10년 원력을 세워 진행하고 있는 <화엄경소론찬요> 번역서 5·6권이 최근 출간됐다. 사진은 법문하고 있는 혜거스님.

“여러분은 <화엄경>이라는 경전에 대해서 귀가 따갑게 들으셨을 것입니다. <화엄경>의 본래 모습이 무엇인가 하면, 저 차 소리, 기차 소리, 온갖 잡소리, 새소리, 벌레 소리, 산비탈의 물소리, 우주 전체가 <화엄경> 아닌 것이 없습니다.…그렇게 되면 전체가 <화엄경>입니다. 전체가 <화엄경>이라고 한다면 따로 들을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부처를 따로 찾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지옥을 피할 이유가 없으며, 천당을 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살았다고 좋아할 것이 없고, 죽는다고 서러워할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화엄경> 도리입니다.”탄허스님의 <탄허 강설집> 중에서

‘불교경전의 꽃’이라 불리는 <화엄경>의 본래 명칭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다. 방대한 분량과 깊이 있는 내용 때문에 불자들은 물론 불교에 해박한 학자들에게도 접근하기 어려운 경전으로 여겨졌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많은 스님과 학자들이 <화엄경>의 대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자 노력해 왔다. 중국 명말 청초 시기에 도패스님이 약술 편저한 <화엄경소론찬요(華嚴經疏論纂要>도 이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은 방대한 해석을 쉽고 간명하게 축약해 풀어주고 있어 <화엄경>의 요체를 밝혀주는 최고의 주석서로 꼽힌다. 여기에 근현대 한국불교의 대표 선지식이자 대강백인 탄허스님이 지난 1975년 <화엄경> 번역을 비롯해 중요 화엄학 관련 책을 모두 집대성하고 현토역해(懸吐譯解)한 <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도 빼놓을 수 없다. 번역과 출판에 무려 17년이 걸렸으며, 원고 매수 6만2000장에 이르는 대작불사로 이를 계기로 스님을 비롯해 불자들도 불교경전에 쉽게 다가가기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춘 <화엄경> 해설서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탄허스님의 제자인 서울 금강선원장 혜거스님이 불교TV를 통해 <화엄경> 강좌를 열고, 이를 토대로 <화엄경> 역경의 또 다른 대작불사 원력을 세우기에 이른다. 이후 스님은 <화엄경소론찬요>를 대본으로 삼아 다시 탄허스님의 번역을 참고하면서 현대인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번역서 발간에 매진했다.

2016년 그 첫 결실로 <화엄경> 80권본 39품 중 ‘세주묘엄품’에 해당하는 <화엄경소론찬요> 1·2권이 세상에 나왔다. 이 품은 <화엄경> 전체 서론이자 총론에 해당하며, 법회에 모여든 인물들을 통해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체를 통일하고 교정하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린 스님의 번역은 군더더기 없는 직역을 특징으로 한다. 번역 당시 유행하는 문체로 번역하면, 20~30년의 세월만 지나도 그 뜻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후 1년에 두 권씩, 10년 동안 총 20권 분량으로 완역하겠다는 원을 세운 스님은 매년 책을 펴냈고 지난해 3·4권에 이어 최근 5·6권을 출간했다. 이번에 간행된 <화엄경소론찬요> 5·6권은 <화엄경> 80권본 39품 중 ‘사성제품’, ‘광명각품’, ‘보살문명품’, ‘정행품’, ‘현수품’, ‘승수미산정품’, ‘수미정상게찬품’ 등 7품에 해당한다. 원본 <화엄경소론찬요> 120권 중 제20권부터 30권까지의 분량이다. 올해로 일흔을 훌쩍 넘긴 세수에도 혜거스님은 이번 출간을 계기로 <화엄경소론찬요> 완역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스님은 “날이 갈수록 알게 모르게 기력이 쇠해지니, 더 나이가 들면 완역을 마무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면서 “그래서 더욱 번역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애초에 10년 예상했던 출간 계획을 절반 이상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현재 번역작업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으니, 이 속도라면 앞으로 2년 후면 완역 출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959년 삼척 영은사에서 탄허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혜거스님은 1988년 금강선원을 개원했다. 2005년 탄허불교문화재단 제7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스님은 불교방송 ‘자비의 전화’ 상담과 경전 강의, 불교TV 경전 강의 등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파했다. 현재 금강선원장을 비롯해 한국전통불교연구원장, 대원정사 회주, 탄허기념박물관장, 조계종 포교원 청소년 심성개발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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