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한국전쟁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 대상 기금전달 현장

조계종이 푸에르토리코 현지에서 ‘6.25한국전쟁 참전용사 대상 기금 전달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조계종 대표단 자공스님(오른쪽)이 한국전쟁에 참전해 우리나라를 도와준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에게 성금을 전달하는 모습. 밝게 웃는 참전용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북중미의 작은 섬나라 푸에르토리코에 살던 꿈 많던 19살 청년 마리오 라미레스 씨는 68년 전인 1950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을 돕기 위해 전쟁터에 나섰다. 이제 아흔 살을 바라보며 주름살 가득한 백발의 노인이 됐지만 베레모의 달려있는 한국전쟁 참전 배지만은 유난히 빛났다.

지금 만약 다시 한국이 위기에 처한다면 도움을 주러 나서겠다는 그는 종교계 중 유일하게 잊지 않고 은혜를 갚으러 직접 현지를 찾아온 한국 조계종 대표단에게 거듭 고맙다며 인사를 건넸다. 잠시 눈시울을 붉혔던 그는 이내 환한 미소를 띠었다.

6.25 당시 6만 명 참전 800명 전사 100명 실종
지난해 허리케인으로 국토 80% 폐허 상태
불자들 십시일반으로 3억원 지원금 조성
100여 명 노병들에게 1000달러씩...추가 지원  

부처님 자비정신이 이제 ‘카브리해의 진주’라 불리는 푸에르토리코까지 전해졌다. 재단법인 아름다운동행(이사장 설정스님, 조계종 총무원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시 예비군 중대에서 ‘6.25한국전쟁 참전용사 대상 기금 전달식’을 개최했다.

조계종 대표단으로 함께한 뉴욕 원각사 지광스님(왼쪽)이 한국전쟁에 참전해 우리나라를 도와준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는 다소 낯선 나라처럼 보이지만 우리와 남다른 인연으로 맺어져있다. 바로 한국전쟁 당시 3개의 보병대대, 1개의 포병중대 등 6만 여명의 대규모의 병력을 파견해 어려움에 처한 한국을 도와줬기 때문이다. 1950년 11월 장진호 철수 작전을 성공시키는 등 9번의 주요 전투에 참가해 혁혁한 공을 세웠던 푸에르토리코의 수많은 젊은 청년 중 800여 명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고 100여 명은 아직까지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했다. 이런 내용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몰아친 허리케인으로 푸에르토리코 국토의 80%가 폐허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군종특별교구장을 역임하며 6.25 전쟁 참전국에 관심을 가진 정우스님(홍법문화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모금활동이 펼쳐졌다. 허리케인 피해자 중에서 한국전쟁 참전 용사가 다수 포함됐다는 사실은 우리를 도와준 나라에게 응당 은혜를 갚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점차 확산됐다.

120여 명의 한국전 참전용사 및 가족들이 기금전달식에 참석해 행사장이 가득 메웠다.
이날 기금 전달식에 참석한 한국전 참전용사가 밝게 웃고 있다.

군종특별교구를 비롯해 전국 사찰의 스님들과 불자들이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정성을 모아 3억원의 지원성금이 조성됐다. 무엇보다 대부분이 가톨릭을 믿고 있으며, 사찰은 물론 불교문화 조차 없는 푸에르토리코에 종교계에서 처음 불교가 자비행을 펼쳐 의미를 더했다.

이날 행사장에 아름다운동행 사무총장 자공스님을 비롯해 군종특별교구 부교구장 남전스님, 뉴욕 원각사 주지 지광스님, 육군본부 군종실 대령 이정우 법사 등으로 꾸려진 조계종 대표단의 모습이 보이자 이미 자리에 있던 어거스틴 몬따리엘 푸에르토리코 보훈처장과 120여 명의 참전용사 및 가족들은 뜨거운 박수로 일행들을 반겼다. 현지 공영방송사도 기금전달 현장을 취재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조계종 대표단 자공스님의 인사말.

대표단 단장인 자공스님은 인사말에서 “한국전쟁 시 고귀한 희생을 치른 푸에르토리코에 허리케인 피해가 발생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며 “그동안 우리가 잘 알지 못해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뒤늦게라도 지원활동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공스님은 일일이 참전용사의 손을 어루만지며 고마움을 표했다.

조계종 대표단으로 함께한 군종특별교구 부교구장 남전스님(왼쪽)이 한국전쟁에 참전해 우리나라를 도와준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자공스님은 일일이 참전용사들의 손을 어루만지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대표단은 지원을 요청한 참전용사 중 심사를 거쳐 선정된 100여 명에게 각각 성금 1000달러씩을 전달했다. 현재 약 2000여 명의 참전용사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에 모연된 기금 내에서 대상자를 추가적으로 뽑아 지원할 예정이다.

감사패를 받은 엔젤 로사로사 푸에르토리코 제65보병연대 참전용사협회 회장(오른쪽)은 "자유수호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 일은 내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표단은 푸에르토리코 제65보병연대 참전용사협회와 어려운 환경에서도 한국전 참전용사를 지원해준 현지 보훈처, 푸에르토리코 한인회에 총무원장 설정스님 명의로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날 감사패를 받은 엔젤 로사로사 푸에르토리코 제65보병연대 참전용사협회 회장은 한국전쟁 파견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며 “자유수호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 일은 내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영광”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푸에르토리코 보훈처에서 열린 간담회 모습. 리카르도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핵터 알베토리아 주지사 보좌관이 대독한 서한을 통해 ”평생 이 은혜를 마음을 간직하겠다“고 전했다.

정부와 언론에서도 특별한 관심
"불교 불모지 푸에르토리코에도
부처님 가르침 이미 널리 퍼져…"

한편 푸에르토리코 정부도 어려움에 빠진 자국민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 직접 현지로 방문한 대표단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앞서 지난 21일 산후안 시내 보훈처 건물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리카르도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핵터 알베토리아 주지사 보좌관이 대독한 서한을 통해 ”멀리 한국에서까지 참전용사의 공을 치하해주고 푸에르토리코 국민들의 아픔을 위로해주기 위해 고맙다“면서 ”평생 이 은혜를 마음을 간직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핵터 보좌관은 “불교의 따뜻한 가르침을 널리 국민들에게 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교자 푸에르토리코 한인회장은 “가톨릭과 개신교를 믿는 사람이 대다수인 푸에르토리코에 불교계가 이렇게 도와주러 온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며 “정부와 언론의 이목이 쏠리는 모습에서 불교의 불모지였던 푸에르토리코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널리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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