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 사찰음식 시연회 및 세미나

사찰음식 명장 제2호 계호스님

옛 의궤 통해 사찰음식 ‘재현’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이 555년 전 진관사 두부찜 재현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계미(세조 9년, 1463년) 5월 15일. 이백옥과 일암당 학전스님이 옛터를 돌아보며 진관동 유람하기를 청하기에 홍일휴, 김호생 등과 함께 진관사로 갔다. (중략) 진관사 주지 성명스님이 승려 수십 여명을 인솔해 떡, 국수, 두부, 밥을 해왔는데, 홍일휴가 ‘두부찜’ 일곱 그릇에 밥과 국수, 어탕까지 여러 그릇을 먹고 술까지 곁들이니 승려들이 놀라워했다.”

조선 전기의 문신 신숙주의 시문집인 <보한재집>에도 등장하는 진관사 두부찜(泡蒸).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제2호 계호스님(진관사 주지)이 555년 전인 1463년 당시 성명스님 등 진관사 스님들이 만들었던 두부찜을 <영접도감의궤> 등 문헌을 바탕으로 재현해 대중에게 선보였다.

현재 사찰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천년고찰 진관사는 조선 초기부터 국행수륙대재를 설행하는 수륙도량이자 서오릉(西五陵)의 조포사(造泡寺)로 지정되는 등 오랫동안 의례 음식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도량이다.

서울 진관사는 오늘(6월22일) 향적당과 함월당에서 사찰음식의 전승과 대중화를 위해 사찰음식 시연회 및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계호스님은 콩을 멧돌로 직접 간 뒤 조선왕조의 외국손님을 영접했던 기록인 <영접도감의궤>에 따라 두부찜을 만들었다. 단, 영접도감의궤에는 편두부와 석이버섯, 파, 잣 등을 재료로 사용하지만 오신채를 금하는 사찰음식의 특성상 계호스님은 이날 파 대신 미나리를 활용해 옛 두부찜을 재현했다.

사찰음식 시연회에서는 두부찜 재현 뿐만 아니라 자운, 석주, 서운스님 등 진관사와 인연이 깊었던 근현대 선지식들을 위해 제철 재료로 정성껏 마련했던 상차림도 함께 재현해 선보임으로써 참석자들에게 오감의 즐거움은 물론 선지식들의 가르침을 다시금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했다.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은 인사말에서 “오늘에 이르러 한국의 사찰음식은 조용한 수행자의 음식에서 더 나아가 대중들의 삶을 이롭게 하는 음식으로 다시 새로운 관심과 조명을 받고 있다”면서 “수행음식으로서 사찰음식 본래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대중을 널리 이롭게 할 수 있도록 오롯이 전승 발전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응철, 사찰음식 대중화 위해

“사찰음식치유명상 개발한 뒤

섭수공양운동과 결합시켜야”

진관사 사찰음식의 문화유산적 가치와 대중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학술세미나도 열렸다.

‘서울 진관사 사찰음식-1420년 이후와 근대, 그리고 현재’를 주제로 한 2부 학술세미나에서는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가 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사찰음식치유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섭수공양운동과 결합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응철 교수는 ‘수행식으로서 사찰음식의 정체성과 대중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사찰음식치유명상 프로그램은 식재료 준비, 조리, 배식, 공양, 설거지 등의 모든 과정을 치유가 되는 명상과 연계시키는 것”이라며 “사섭법의 정신으로 음식 공양을 실천하는 운동인 섭수공양운동을 사찰음식치유명상과 결합함으로써 대중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와함께 배영동 안동대 교수는 ‘한국 사찰음식의 문화유산 가치와 전승과제’를 주제로 한 기조발제를 통해 전승해야 할 문화유산적 가치가 ‘발우공양’과 ‘사찰 세시음식’에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찰음식의 전통성 회복 노력, 전통적 사찰음식 전수체계 마련 등 몇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이밖에도 심일종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연구원이 ‘진관사 국행수륙재 찬품 연구’, 구미래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가 ‘근대 진관사 사찰음식과 계호스님’, 진관사 산사음식연구소장 계호스님이 ‘서울 진관사 사찰음식의 특징’ 등을 주제로 발제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은평구불교사암연합회장 성운스님과 박주민 국회의원, 김미경 은평구청장 당선인, 박원순 서울시장 부인 강난희 여사, 전두인 진관사 신도회장,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 등 2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계호스님이 두부찜을 재현하기 위해 직접 멧돌을 갈고 있다.
계호스님에 의해 555년만에 재현된 진관사 두부찜
참석 대중은 근현대 선지식들의 정갈한 상차림을 스마트폰으로 담기에도 손놀림이 바빴다.
사찰음식 시연회 및 학술세미나에 앞서 주요 내빈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갖고 축하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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