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열반경>은 부처님이 돌아가실 때의 모습과 가르침을 기록한 경전이다. 한역의 장아함 <유행경>, 독립된 경전으로는 <불반니원경> <반니원경> 등도 같은 경전이다. 이 경전들은 부처님이 만년에 왕사성을 출발하여 열반의 장소인 쿠시나가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마지막 설법과 사후의 사리분배까지의 뒷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부처님의 최후여정이 이토록 상세하게 기록한 것은 스승과의 인연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서였다. 부처님은 참으로 크고 넓은 품을 가진 분이었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왕과 죄인을 동등하게 대했다. 부자와 가난한 자를 차별하지 않고 서로 나누고 사랑하라고 가르쳤다. 잘한 일은 자랑하지 않았고 작은 허물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인간적이고 자애로운 스승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읽는 경장과 율장은 부처님이 얼마나 훌륭한 스승인가를 알게 한다. 보통사람들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앞모습만 치장하기에 바쁘다. 그런 사람일수록 돌아서면 뒷모습이 추악하고 구린내가 난다. 데바닷다를 비롯한 악성비구들이 그랬다. 부처님은 달랐다. 앞모습도 훌륭했지만 뒷모습은 더 훌륭했다. 뒷날 부처님이 신격화된 것은 그 거룩한 뒷모습 때문이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고승의 삶도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불조(佛祖)의 이런 모습을 자기를 비추는 거울로 삼는다. 

얼마 전, 설악산문(雪嶽山門)을 열고 대방무외(大方無外)한 선풍과 쉬운 법문으로 많은 국민과 불자들을 일깨워주던 무산스님이 우리 곁을 떠났다. 스님은 늘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 있기를 좋아했다. 만해대상 시상식 때면 마을 이장이 시상을 하게하고 당신은 단아래 앉았다. 보시 받은 돈을 아껴 장학금으로 내놓고, 외롭고 힘든 사람을 보면 남몰래 도왔다. 그러나 스님은 남에게 훌륭한 뒷모습은커녕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으려 했다. 선사의 진정한 무애적 삶을 보여준 스님과 이별하자니 슬픔이 백랑도천(白浪滔天)이다.

[불교신문3402호/2018년6월23일자] 

홍사성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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