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석고와 의정부·남양주 광동고 학생들의 연합법회 모습.

지난 1일 아침예불을 마친 학생들의 표정이 여느 날보다 한결 밝아보였다. 아마도 들뜬 분위기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3개 불교종립학교 파라미타 학생들의 연합법회가 우리학교에서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만남을 추진해 왔는데 학사일정이 학교마다 다른 관계로 이제야 첫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우리 학교는 의정부 광동고등학교와 함께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고, 멀지 않은 남양주시 진접에 광동고등학교가 있다. 가까운 거리에 불교종립 3개 고등학교가 함께 있는 여건을 활용하여 불교학생회 간의 교류를 해보자는 의견이 법사님들 사이에 있어왔다.

연합법회를 앞두고 학생들은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그날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파라미타 임원 학생들이 자주 드나들었고 지도 선생님들도 여러 번 만나 대화를 했다. 법당 청소, 예불 집전 준비, 목탁 연습, 타종 연습, 법회 시나리오 연습, 발원문 준비, 좌복 깔기, 간식 준비 등 모두가 바쁘게 움직였다. 임원들은 평소에 매일 하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함께 하는 행사라서 그런지 설레는 만큼 긴장도 많이 하는 눈치였다. 게다가 우리학교가 남자 고등학교인데 반해 방문하는 두 학교는 모두 남녀공학이다. 외부 학교의 학생이 학교에 오는 일도 드물거니와 여학생들이 온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뉴스감이다. 오후 5시 가까이 되자 손님들이 도착했다. 처음엔 조금 서먹한 듯 했지만 이내 친숙하게 말을 건네며 웃음꽃이 법당에 가득했다.

연합법회의 첫 순서는 저녁 예불이었다. 중현이의 타종, 진석이와 성식이의 듀엣 집전으로 예불이 시작되었다. 평소에 늘 하던 집전이지만 정말 잘했다. ‘계~향, 정~향, 혜향~. 지극한 마음으로 온~ 세계 스승이며~ 모든 중생 어버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 절~하옵니다.’ 법당을 가득 메운 100여 명 넘는 남녀 청소년 불자들이 함께 올리는 예불은 예술이었다. 평소 예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신선한 기운이 느껴졌다. 여학생들이 합류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소리가 우렁차고 신선하면서도 특유의 젊은 기운과 아름다운 하모니가 담겨있는 감동적인 예불이었다.

예불을 마치고 이어진 법회는 승민이가 사회를, 송현이가 반주음악을, 명현이가 발원문을 맡아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법회를 마치자 학생들이 기다리던 2부가 법사님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낯선 친구들이 두 줄로 동그랗게 서로 마주하고 앉아 자리를 한 칸씩 이동하면서 계속해서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윤회담’을 했다. 처음에는 서먹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이내 긴장이 풀리고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서 법사님의 신호에도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이동을 하지 않고 만남이 과열(?)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윤회담 이야기 잔치를 마치고 각 학교에서 준비한 떡, 과자, 음료, 피자를 펼쳐 먹거리 잔치까지 더해지니 더 바랄게 있을까 싶었다.

“기대했다, 걱정했다, 실수해서 속상했다, 영광이었다, 책임감이 높아졌다, 다음에 또 하고 싶다, 아쉬웠다, 여러 학교가 법회를 하니 우리의 목소리가 부처님의 귀까지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법회를 마치고 임원 학생들이 들려준 소감의 일부이다. 평소에 어리고 생각 없이 행동하는 듯했던 아이들에게 저렇게 많은 느낌과 깊은 생각이 있었다니 참으로 대견하고 고맙다. 이번 3개 학교 학생들의 즐거운 만남이 앞으로 장차 어떤 만남과 인연으로 이어질지 상상해보니 더욱 즐겁고 행복하다.

[불교신문3402호/2018년6월23일자] 

이학주 동국대학부속영석고등학교 교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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