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비가 오면 미세먼지를 씻어주기 때문에 반갑기도 하다. 비가 갈등하지 않고 죽죽 내려주니 좋다. 비 온 뒤 나뭇잎들은 햇살에 상큼하게 몸을 말리며 무성해지리라.

요즘 젊은이들은 증상도 많다. 얼마 전 만난 젊은이는 자신이 ‘결정장애 증후군’이라고 한다. 일명 햄릿 증후군,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표현한 것이다. 이름 한 번 잘 붙였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딜레마에 빠진 햄릿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신심명>에서 ‘판단이 없으면 통연 명백하리라’고 선지식은 힌트를 주었다. 나는 그 문장을 삶에서 판단으로 쓰되 거기에 묶이지 않으면 자유로울 수 있다고 이해했다. 판단의 기준이 절대적일까? 라고 자문자답해보면 모든 기준은 임의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판단이 적용되지 않을 때 쉽게 물러설 수 있다. 왜? 임의적인 것이었으니까. 오히려 판단이 부재하는 동안 느끼는 허허로움이 좋다. 그 공백의 순간에 가능성의 상태로 느긋한 여유와 자유로움을 즐길 수도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 그것은 숲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나 어디로 갈까를 선택해야 할 때 미묘한 긴장을 느끼면서도 어느 길이라도 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의 자유로움과 같다.

이것이 좋을까? 저것이 좋을까? 거듭 따져봤자 넓게 보면 낮잠을 이방에서 잘까 저 방에서 잘까와 같은 아주 사소한 고민일 수도 있다. 크게 본다면 좀 많이 배불리 먹다 갈 건지 조금 모자란 듯 먹다 갈 건지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큰 문제될 것 없다는 전체로서의 통찰이 전제된다면 어느 길로 나서건 거기가 거기라는 명백함과 일별할 수 있겠다. 그러니 마음 가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봐도 좋겠다. 어디를 가도 다 숲이라는 걸 알면서 내딛는 발걸음은 바람에 휘날리는 6월의 꽃잎처럼 가볍다.

[불교신문3402호/2018년6월23일자] 

선우스님 서울 금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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