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계 유일 장기기증 등록기관  생명나눔실천본부

불교계 유일 장기기증 등록기관 생명나눔실천본부 활동은 장기기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웃의 고통을 품고 아픔을 감싸는 일에도 앞장선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달동네 백사마을을 찾은 이사장 일면스님.

1994년 설립후 인식개선 앞장
설립 24년만에 교계 안팎으로
생명 존중 운동 ‘전천후’ 활동
장기기증희망등록 6만명 돌파

1994년 설립된 생명나눔실천본부는 불교계 단 하나뿐인 장기기증 등록기관이다. 돈이나 물건이 아닌 사람의 신체 일부를 나누는 일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만연한 상황에서, 생명을 나누는 일이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심어주고자 출범했다. 장기기증은 생명을 나누는 가장 고귀한 일임을 알리고 이웃종교에 비해 뒤쳐진 불교계 장기기증 운동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내딛은 첫 걸음이기도 했다.

출범 초기만 해도 생명나눔실천본부 존재감은 미미했다. 이미 여러 해 앞서 장기기증 분야에 진출한 이웃종교에 비해 뒤늦은 출발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계 안팎 동참 열기는 뜨거웠다. 생명 존중 인식 개선에 궤를 같이한 스님들과 불자들의 지원은 설립 전부터 이어졌다. 서암 전 조계종 종정 예하도 안구와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으며, 봉녕사, 운문사, 동학사 등에서 비구니 스님 159명이 장기기증에 동참하는 등 창립 전부터 360여 명이 장기기증 동참 의사를 밝혔다. 활발한 응원 속 생명공양실천본부는 △헌혈과 안구 및 시신기증 △뇌사시 장기기증 △신장 및 골수기증 △생명공양에 대한 교육과 홍보 등을 주요 사업을 설정하고 불교의 사회적 역할 확대와 장기기증 운동 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결실은 나타났다. 1996년 백혈병 환자 성덕 바우만군 살리기 운동을 시작으로 ‘생명을 나눕시다’, ‘전국민 1인 1 장기기증운동’ 캠페인 등을 펼치며 스님과 불자들은 물론이고 학생, 군인 등 전 국민에게 생명 존엄과 불교계 장기기증 운동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생명나눔실천본부에 장기기증 희망 의사를 밝힌 등록자는 6만1400여 명. 질병관리본부가 추산한 국내 장기기증 이식대기자 수는 3만 명에 달하는데 비해 한 해 장기기증은 3000명이 채 안되는 상황,  여전히 이식 대기자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6만이라는 생명나눔실천본부 등록자는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장기기증희망등록자 수가 6만명을 돌파했다. 사진은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유동 인구 밀집 지역에서 1대1로 장기기증 홍보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모습.

2005년 취임해 사단법인 생명나눔실천본부를 13년째 이끌고 있는 이사장 일면스님은 장기기증에 대해 “장기기증이란 나에게는 인연이 다해 흩어지고 말 것을 주는 것이지만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에게는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일”이라고 했다. 죽어가는 새끼 사자를 구하기 위해 구도자가 공양을 올리는 이야기나, 비둘기를 살리기 위해 매에게 허벅지 살을 베어내는 부처님 에서 나타나듯 불교 생명존중 사상이자 부처님 자리이타 정신을 실현하는 데 가장 가까운 나눔 운동이 바로 장기기증이라는 것이다. 

생명나눔실천본부 활동은 장기기증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때마다 소아암 환자를 위한 모금음악회, 소년소녀가장 돕기 자선음악회 등을 개최해 수익금을 기탁하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감싸 안았다. 매달 이달의환우를 선정해 난치병 등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품고 그 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틀니 무료지원, 헌혈증 기증,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한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 등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전하며 불교계 자비 정신을 알리는 일에도 앞장섰다. 매월 1만5000부 이상 발행하는 소식지 ‘행복한 빈손’, 서울시 지하철 시민개방 광고 등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기증자 및 후원자들과 인연을 잇고 있다.

장기기증을 넘어 나눔 문화 확산으로 이어지는 생명나눔실천본부 활동 기반은 설립 정신에 있다. 바로 ‘생명은 귀하게 받는 것이니, 내 몸 아끼듯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 부처님께서 “나 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온 우주 만물의 기운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듯 인간이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불사는 바로 ‘생명나눔’이라는 얘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장기 부전의 고통 속에서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는 ‘자비’를 실천함에 주저하지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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