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 일본에 주고 부석사 복제품 봉안 제안

선학원 제기한 정혜사 소유권 항소심서
수덕사 선학원 절반 나누라 결정한 판사

대전고법 제1민사부(판사 이승훈)가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인도소송 항소심 변론준비기일인 지난 15일 관음상을 일본에 주고 대신 부석사에 복제품을 봉안하는 방안을 제안해 비난을 사고 있다.

이승훈 판사는 이날 재판부 개인사견이라고 전제하며 “일본에 진품을 보내 우리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부석사에는 복제한 불상을 봉안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또 “시간이 흐르면 새 불상도 의미가 생길 것”이라며 “국립부여박물관도 백제금동대향로 모조품을 전시하고 있지 않냐”며 부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판사는 재단법인 선학원이 수덕사 산내암자 정혜사 소유권을 주장한 항소심을 맡기도 했다. 당시 정혜사 소유권을 선학원과 수덕사가 절반씩 나누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려 조계종도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선학원이 제기한 소송은 결국 수덕사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재판부 발언에 부석사 관음상 제자리 봉안위원회 이상근(문화유산회복연대 이사장)대표는 문제본질에 어긋난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진품을 일본에 주고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 판사의 논리라면 국가에서 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해 예산을 쓸 필요도 없다. 여러 점 복제해서 갖고 있다가 세월이 흐르면 문화재적 가치가 올라가는 데 왜 예산을 쓰냐”고 반문했다. 

문화재가 갖는 고유성 독창성을 외면하고, 공장에서 물건을 찍듯 찍어내 서로 나눠 갖는 발상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 판사의 발언 중에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것도 있다. “국립부여박물관에 전시 중인 백제금동대향로는 진품으로, 정확한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제안했다”고 비판을 받는 이유다.

또 이 대표는 재판부 발언이 “변론주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제시했던 항소이유에 해당하지도 않는 내용을 사견이라며 밝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밝힌 항소이유는 불상진위 여부와 1330년 부석사와 현재 부석사의 연속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앞선 형사재판에서 다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절도범들이 특수절도로 형량을 받은 이유는 부석사 관음상이 진품이기 때문이고, 탄소연대 측정으로 1100~1300년 사이에 조성됐음이 확인됐다”며 “부석사 연속성도 지난 형사 재판 때 조계종이 증명한 바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시간 끌기를 지적한 그는 “항소 이유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부석사 신도들과 지역주민, 국회의원과 뜻을 모아 검찰 항소심 포기를 촉구할 계획이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8월6일 오후3시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부석사 관음상에 대한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보존상태를 확인한다. 부석사 관음상이 국내로 돌아온 이후 5년8개월이 넘는 동안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봉안돼 있었다. 지난 5월 신도들과 함께 관음상을 모시고 햇볕법회를 봉행한 부석사는 관음상 손등과 발등이 녹이 일어 산화가 일어나고 있어 훼손위험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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