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행불선원 불자님들과 함께 남산 순환도로를 걸으며 걷기 명상을 행한 바 있다. 매달 장충단공원에서 함께 모여 간단히 몸을 풀고, 걷기 명상의 요령을 연습한 후 남산 길을 걷는 것이다. 동참자들의 자발적 참가비는 모두 이웃돕기 기금으로 기부했다. 이른 바 걷기운동과 행선(行禪) 수행, 그리고 이웃돕기라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었다. 

행불 걷기명상의 기본은 ‘마하반야바라밀’을 염(念)하며 걷는 것이다. 마하는 ‘큼’이요, 반야는 ‘밝음’이요, 바라밀은 ‘충만함’이다. 염한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마음에 챙기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왼발을 내밀며 ‘마하’ 오른발을 내밀며 ‘반야’ 다시 왼발을 내밀며 ‘바라’ 다시 오른발을 내밀며 ‘밀~’ 이라고 염하는 것이다. 발바닥이 땅에 닿는 순간 ‘마하~반야~바라~밀~’을 마음속으로 챙겨주고 그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듣는 성품을 돌이켜 듣는다. 이른 바 발로 화두를 드는 연습이다.

본래 불교수행의 기본은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걸어가면 ‘걸어간다’ 머무르면 ‘머무른다’ 앉았으면 ‘앉아있다’ 누웠으면 ‘누워있다’ 관찰한다. 몸과 마음은 변화하여 일어나고 사라지나, 관찰자는 여여부동해서 늙고 죽음 초월한다. 이 관찰자는 한없이 크고 밝고 충만하다. 이른 바 ‘마하반야바라밀’인 것이다. 이러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걸어갈 땐 걸어갈 뿐, 머무를 땐 머무를 뿐, 앉아있을 땐 앉아있을 뿐, 누워있을 땐 누워있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이 ‘참 나’가 아닌 ‘육근의 무더기’의 현상일 뿐이다.

결국 걸어갈 땐 걸어갈 뿐, 아무런 여념이 없는 것이 진정한 행선이자 걷기명상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념무상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먼저 ‘육근의 무더기가 걸어간다.’고 관찰한다. 혹은 닉네임을 붙여 ‘달마가 걸어간다.’고 관찰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어서 발자국에 맞추어 ‘마하~반야~바라~밀~’을 염하며 걷는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걸어갈 땐 걸어갈 뿐’이 되는 것이다.

6월23일, 한강 여의도공원에서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주최로 걷기명상이 펼쳐진다. 생생한 명상체험과 걷기, 그리고 소외계층 돕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불교신문3401호/2018년6월20일자] 

월호스님 논설위원·행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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