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사자후

근일스님 지음/ 뜨란

‘철야정진’ 수행선풍 진작한
조계종 원로의원 근일스님

사부대중 안목 밝혀준 설법
간추린 첫번째 법문집 출간

“내 마음자리 찾는 수행…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조실인 근일스님의 첫 번째 법문집 <무량수전 사자후>가 최근 출간됐다. 사진은 법문하고 있는 근일스님.

“참선하는 것이 소중한 줄 알고, 정말로 내가 참선해서 깨칠 수 있다고 확실하게 믿어야 됩니다. 의심 없이 믿는 겁니다. ‘과연 될까?’ 이렇게 의심하면 어려워집니다. 부처님이 나를 속이고, 조사 스님들이 나를 속였을까요? 다만 내가 노력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러니 확실하게 믿어버리십시오.” 참선법회 등을 통해 선풍을 진작시켜 제16교구본사 고운사를 경북 북부지역 중심사찰로 만든 고운사 조실 근일스님. 현재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영주 부석사에 주석하며 전법의 끊을 놓지 않고 있는 근일스님이 지난 30여 년 동안 사부대중에게 설법한 법문 가운데 11편을 골라 책으로 펴낸 첫 번째 법어집 <무량수전 사자후>가 출간돼 주목된다.

경봉스님을 비롯해 향곡스님, 전강스님, 구산스님, 성철스님 등 한국불교의 대표 선지식들에게 직접 참선지도를 받은 근일스님은 “철저하게 버리고 철저하게 수행하라”는 가르침으로 오랫동안 대중을 이끌어왔다. 무상과 무욕의 길을 몸소 실천해온 스님이 일생의 수행으로 깨친 환한 지혜가 이 법어집에 온전히 담겨 있다.

근일스님이 1980년 고운사 주지를 맡을 당시 이곳은 교구본사였지만 낙후된 사찰이었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대작불사를 이뤄 고운사를 중창했다. 더욱이 한 달에 한 번 매주 마지막 토요일마다 1박2일 동안 수행하는 철야참선법회를 시작해 사부대중의 공부를 철저하게 지도했다. 안거 때도 고운사 스님들은 여느 사찰보다 10일 먼저 시작해 하루 17~18시간씩 100일 동안 용맹정진했다. 이를 지켜본 재가자들도 더욱 신심을 내어 정진에 동참하는 등 고운사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특히 당시 고운사는 개울을 12번 건너야 닿을 수 있을 만큼 환경이 열악했지만 참선법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극락전 작은 법당에서 몇 명으로 시작된 법회는 점차 소문이 나서 각 전각마다 참선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고운사에서 12년간 지속되던 참선법회는 1993년 스님이 부석사로 옮겨간 뒤에도 이어졌다.

이처럼 근일스님의 법문은 평범한 촌로부터 명망 있는 지식인까지 모두를 감동시켰다. 나이든 할머니들은 열흘 전에 부석사에 당도해 저마다 기도와 예불을 올리며 법회를 기다렸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참선법회였기에 그 사이 스님의 법문을 듣고 싶은 이들을 위해 녹음테이프가 배포되기에 이른다. 불자들은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반복해서 법문을 들었다. 명창 안숙선 선생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우연히 선물 받은 스님의 육성테이프를 열 번이나 듣고, 자비로 100개를 더 만들어 주위에 나눠줬다고 한다. 음성법문 이외에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법문집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빈번하게 들어왔지만, 스님이 허락하지 않아 법문집 출판은 매번 미뤄졌다.

그리고 근일스님이 1980년 처음 철야참선법회를 시작할 때 사부대중에게 약속한 30년이 흘러 지난 2010년 참선법회를 마감했다. 이제 스님은 1년에 단 두 번, 결제와 해제 때만 법상에 오른다. 때문에 근일스님의 상좌모임인 봉황선회는 “스승의 감로법을 듣기 원하는 이들의 바람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며 꾸중 들을 각오를 하고 맏상좌 호성스님(고운사 주지)을 필두로 법문집 출판을 감행했다. 제자들은 그동안 정성스럽게 모아둔 법문 테이프의 녹취를 풀고 정리해 11편을 우선 간추렸다.

근일스님은 법문집에서 생사해탈을 위한 마음자리 찾기와 수행의 중요성, 실제적인 참선 방법 등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근일스님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나를 찾는 일이며, 나를 찾으려면 무엇보다 참선 수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무엇인지 알아야 삶의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참선, 곧 마음자리 찾는 수행이 절실하고 말한다. 마음자리를 알면 삶의 전체를 얻고, 그 자리를 모르면 일생이 불안하고 괴롭다고 누차 반복한다. 더불어 참선공부를 시작하는 마음자세에 대해서도 “우선 철저하게 몰라야 한다”면서 “참선한다고 자리에 앉았다면 자신의 알음알이를 가지고 시비하지 말고 백지 상태로 돌아가서 시작하라”고 권한다. 철저하게 비워야 수행도 철저하게 해낼 수 있다는 스님의 명쾌한 가르침을 법어집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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